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해동화엄종 개조 의상대사~
    행복의 문 - 법문, 좋은글/○--고승열전 2007. 12. 2. 08:18
     

    ~우리나라 불교 華嚴宗 開祖(화엄종의 개조)~

    마음을 비우시게 온갖 근심사라지네.

     

     義湘大師 의상대사(625~702년) 속성은 김씨다. 29세에 황복사에서 출가하다.

      우리나라에 화엄종을 개창한 의상대사는, 원효대사와 더불어 신라불교의

    대표적인 스님으로 꼽힌다. 의상대사는 처음에 원효대사와 함께 당나라에 구법의 길을 떠났다가

     요동지방에서 고구려 순찰병에게 붙잡혀 있다 돌아 온 뒤, 661년 다시 혼자서 당나라 사신의 배를

    간신히 얻어 타고 당나라로 들어갔다.


      의상스님은 662년 당시 당나라 화엄의 대가였던 智儼(지엄)화상을 종남산 지상사로 찾아가 그 문하에서

    공부하여 인가를 받아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지엄화상이 입적한 후에 그의 뒤를 이어 문하생들을 지도하다가, 당나라가 신라를 침범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676년(신라 문무왕16년) 급히 신라로 돌아와 태백산 아래에 부석사를 세우고

     <화엄경>을 강론하였다.


      의상대사를 죽어서라도 따르고자 했던 선묘낭자와의 인연이 훗날 안타깝고도 아름다운 선묘설화를

    낳아 아직까지 세상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중국 화엄 본찰인 지상사의 법장대사까지도 의상대사를 큰 스승으로 존중할 정도였으며, 전국 10여

    곳에 화엄종의 사찰을 건립해 부처님의 화엄경이 이 땅에 고루 전해지도록 했다.

       (홍전, 태백산 부석사, 가야산 해인사, 비슬산 옥천사, 금정산 범어사, 지리산 화엄사, 등~)


      저술로는 오늘날 까지 전해오는 <화엄일승법계도>와 <아미타경의기>

    <백화도량 발원문>등이 있으며, 스님 세속나이 77세이던 서기 702년 초겨울 입적하였다.    

     

     ◇ 사람마다 한 가지씩 병을 안고 산다.


      이런 병, 저런 병, 사람마다 한 가지씩 병을 안고 삽니다.

      그 많은 병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병이 있으니,  바로 마음의 병이지요.


      육신에는 비록 병이 있어도 마음이 병들지 않은 사람은 그 병을 거뜬히

      이길 수 있지만, 육신은 멀쩡하지만  마음이 잔뜩 병든 사람은 몸도 곧

      병들어 회복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처님 말씀대로 욕심과 노여움 그리고 어리석음을 놓아 버려야 살 수

      있는데, 사람들은 쉽게 놓여나지를 못하고 마음에 잔뜩 이고 지고 삽니다.


       “아이고, 저 좋은 걸 내가 좀 가져야 하는데~ 저 좋은 자리에 내가 꼭

       앉아야 하는데~ ” 부귀영화의 뜬구름 쫓으며 살다보니 근심 걱정 잘날

       없고 마음의 병만 커 갑니다.


       물질에 눈이 멀어 마음만 부글부글 끊이다 백년도 못살고 덧없이 가고

       맙니다.


       마음에 이고 지고 있는 것들을 놓아 버리면  근심 걱정, 마음의 병이

       사라진다 하셨거늘, 그래도 욕심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의 노예로 그렇게

       사시렵니까?




    [1] 부처님 법을 찾아 당나라로 


        - 신라 제28대 진덕 여왕 4년(661년) 여름 / 원효대사와 함께 당나라 유학의 길에 올랐던 의상은

    화성군 발안부근의 한 서해안(당포 또는 당주계 또는 당항)포구에서 원효대사와 헤어졌다.(무덤 속의

    해골 물을 마신 후 원효 대사는 깨달음을 얻고 당나라 유학길을 접었다) 이때 의상스님 36세였다. 

        한 객주집에 머물면서 당나라 사신의 배를 얻어 타려고 하였으나, 배 선원들은 뱃길동안 먹을 양식을

     요구했다. 그래서 양식을 못 구해 시름에 잠겨있던 객주집 주인이 양식을 대어주겠다고 제의했다. 대신

     당나라로 강제로   잡혀간 선묘(善妙)라는 자기 딸이 끌려가던 중간 종적을 감추어 버렸기에 그녀 의

    생사나 행방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2] 좋은 인연을 만들어라


       의상스님이 중국 등주에 도착하자 어느 신심 깊은 불교신자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그 곳에서 신라에서

     건너왔다는 한 처녀를 만났다. 4년 전 바닷가 모래밭에서 기진맥진 쓰러져 있는 한 처녀를 구해서 지금은

    수양딸로 삼아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의상이 신라 당포의 한 객주집 주인이

    생사를 알아보아 달라고 하던 그 딸이었다. 운명이라고나 할까. 선묘는 당나라 노비로 끌려가 평생을

     노비로 사느니 차라리 죽어 버리려고 바닷물에 뛰어들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것이었다.

       의상스님은 장마철을 당하여 별 수 없이 신심 깊은 중국인 거사의 집에서 한 달여를 머물게 되었다.

             (길도 험하고, 자칫 장마 속에서 변을 당할 수도 있기에)

     [중국인 거사] 저 홍수는 부처님의 힘으로도 막지 못하는 일이 온지요?

     [의상]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것은 자연의 섭리일 뿐, 부처님의 일이 아닙니다.  그런 것은 자연의 섭리요,

     불교용어로는 인연의 법칙이라 합니다.

    그래서 그 인연의 법칙인 자연섭리를 미리 알고 지혜롭게 살아야지요.

      [거사] 지혜롭게 살라면 대체 어찌 살라는 것입니까?

      [의상] 먹구름이 밀려오면 비가 많이 내릴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니, 무너질 염려가 있는 둑 밑에는 살지

     말아야 할 것이요. 또 물이 잘 빠지도록 도랑을 미리 쳐야할 것이며, 눈이 내리고 땅이 얼어붙을 때를 미리

     염려해서 땔나무를 준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지혜롭게 사는 것입니다.

      [의상] 세상만사는 모두 인연에 의하여 일어나고, 인연이 다하면 사라지게 됩니다.

      [의상] 좋은 씨앗을 심으면 좋은 꽃이 피고, 나쁜 씨앗을 심으면 나쁜 꽃이 피는 것과 같다고 할 것입니다.

     좋은 마음으로 좋은 인연을 맺으면 좋은 과보를 얻고, 나쁜 마음으로 나쁜 인연을 맺으면 나쁜 과보를 받게 됩니다.

      [의상] 부처님께서는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산천초목이, 모두 다 좋은 인연을 지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3] 연꽃을 보고 배우시오.


        [선묘] 스님들은 어찌하여 가정을 이루지 아니하시고 홀로 사시는 것이 온지요? 

        [의상] 이 세상 부귀영화, 그리고 五慾 樂(오욕락)에는 번민과 고통이 반드시 뒤 따르니 그래서 수행자는

     홀로 사는 것입니다. 또 부귀영화, 그리고 五慾 樂은 덧없고 부질없고 허망한 것인 줄을 이미 아는 까닭에

    그것을 가지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선묘] 스님께서는 슬픔과 고통을 받기가 싫거나 두려워서 홀로 사시겠다는 말씀이옵니까?

        [의상] 아닙니다. 슬픔과 고통을 받기가 싫거나 두려워서가 아니라, 즐거움도 괴로움도 다 허망한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그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으려고 홀로 사는 것입니다.

        [선묘] 스님께서는 홀로 사셔서 무엇을 하시려는지요?

        [의상] 여기 촛불을 보십시오. 이 촛불은 자신을 태워 이 방안을 밝히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촛불은 제 몸을 태워 어둠을 밝히고, 향은 제 몸을 태워 세상을 향기롭게 하나니, 출가

     수행자는 마땅히 세상의 촛불이 되어야 할 것이며, 세상의 향이 되어야 할 것이니라.”

        [선묘] 가정을 이루시고 부인과 자식과 함께 사시면서 세상의 촛불이 될 수는 없는 일인지요?

        [의상] 아내를 사랑하고 자식을 사랑하는 애욕의 늪에 빠지게 되면 영영 괴로움의 바다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 선묘 낭자는 의상스님을 깊이깊이 사모하게 되었다.>

        [의상] 부처님께서는 저 연못에 피어나는 연꽃을 보고 배우라고 하셨지요. 연꽃은 비록 그 뿌리를 진흙 밭에

      묻고 있지만 그 잎이나 꽃은 결코 진 흙탕물에 더렵혀지지 아니합니다. 비록 오탁악세에 몸을 두고 살더라도

      마음만은 연꽃처럼 깨끗하고 아름답게 지니라는 가르침이지요.


      [4] 극락도 지옥도 마음속에 있으니


       [의상] 부처님께서는 “착한 심성을 기르고 가꾸려면 육식을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육식을

     하자면 자연히 살생을 하게 되고, 살생을 하자니 자연 그 성질이 포악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착한 심성을 지키고 기르려면 우선 다섯 가지 나쁜 짓을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의상] 다섯까지 나쁜 짓이란 “살생, 도둑질, 사음행위, 망어(거짓말, 꾸밈말, 이간질, 악어) 그리고

    음주를 하는 것입니다. 이를 행하는 사람은 나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선묘] 스님, 경책을 보면 부처님께서 우리 중생들에게 여섯 가지 바라밀을

    행하라고 당부하셨는데요. 그 바라밀이 대체 무슨 뜻인지요?

     [의상] 예, 바라밀이란 근심, 걱정, 괴로움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근심 걱정도 없고 괴로움도 없는

    깨달음의 세상, 지혜의 세상, 부처님의 경지로 들어가는 열쇠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상] 육바라밀은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의 행을 닦는 것이지요. 부처님께서는 극락을

     저 세상에 만들려 하지 말고, 지금 우리 중생이 살고 있는 바로 이 세상을 극락으로 만들라고 당부했습니다.

     “ 살아서는 죄를 짓고, 죽어서는 극락가기를 바라지 말라.

       무거운 돌멩이를 연못에다 던져놓고 제 아무리 떠올라 라고 빌어본들 돌멩이는 물위로 떠오르지 않는다.

       <욕심>을     버리고  <보시> 바라밀을 닦아라.

      <성냄>을     버리고  <인욕> 바라밀을 닦아라.

      <어리석음>을 버리고  <지혜> 바라밀을 닦아라.

       그리하면 바로 너의 집이 극락이 될 것이요, 네 이웃이 극락이 될 것이요, 이 세상이 온통 극락이 될 것이다.  ”


      [의상] 사람마다 착한 마음으로 착한 행동을 하면 바로 그기에 극락이 세워지고, 악한 마음으로 악한

    행동을 하면 바로 그 자리에 지옥이 들어선다.

      [선묘] 스님, 소녀 간절한 소원이 있사옵니다.

      [의상] 무슨 말씀이오?

      [선묘] 소녀, 세세생생 스님께 귀의하여 세세생생 스님을 모시고자 하오니

    허락하여 주십시오. 이 박복한 소녀, 신라의 핏줄을 날을 수만 있다면 더 이상 여한이 없을 것이옵니다.

      [의상] 그 그건 아니 될 말입니다. 나는 이미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었으니

    세속의 인연은 이미 떠난 사람, 감히 어찌 그런 청을 받아 줄 수가 있겠습니까?


      [선묘] 스님께서 이 박복한 소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지 아니하신다면

    소녀는 차라리 이 은장도로 몸을 갈라 죽고 말 것이옵니다.

      [의상] 차라리 그 칼을 나에게 빌려주시오. 낭자의 그 칼로 차라리 내가 죽는 것이 옳을 것이오.

      [선묘] ~ 아니 스님께서 ~ 죽는다니요?

      [의상] 나는 이미 삭발 출가할 적에 부처님께 맹세를 했었소. 뼈가 부서지고 살이 썩어서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더라도 결코 부처님이 이르신 계율을 어기지 않겠노라고 말이오.

      [의상] 이것 보시오. 낭자. 인생은 참으로 풀잎의 이슬이오. 인생 육십은 잠깐이면 지나가니, 허망한

     세상사에 집착하지 마시오. 모두가~ 모두가 부질없는 것이오.

      [선묘] ~ ~ 흑흑흑~ ~ 스님 “어리석은 소녀의 죄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의상] 칼을 거두었으니 이미 용서가 되었습니다.

      [선묘] 소녀, 비록 스님을 따라 모시지는 못하더라도 세세생생 스님의 불제자가 되어 결코 스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옵니다.  ”

      [의상] 착한일, 좋은 일을 많이 하고 계십시오. 소승이 공부를 마치고 돌아갈 적에 반드시 낭자를 찾아볼

      것이오.

      [선묘] ~ ~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스님 ~ 정말 고맙습니다.


     [6] 과일 맛을 제대로 보셨네.


        의상이 661년 당나라에 들어갔고, 등주에 머물러 있다가 양주, 장안을 거쳐 수개월 걸려 662년에 종남산

     지상사에 당도하여 智儼(지엄)화상을 만났다.

        그런데 일주 문 밖에서 중국 스님이 미리 해동국 신라에서 스님이 오실 중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

       [지엄화상] “간밤에 꿈을 꾸었는데~ 해동국에 큰 나무가 자라서 그 잎과 줄기가 우리 중국 종남산까지 뒤

      덮었어~ 하도 나무가 크게 자랐기에 그 나뭇가지 위에 올라가보니, 큰 봉황새 둥지가 보였지.

      그 속을 들여다보니 마니보주(용왕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여의주 구슬)가 들어있었어.  ”

       [의상] 소승은 부처님의 바른 법을 구하러 왔사옵니다.

       [지엄] 해동국 신라에는 부처님의 바른 법이 없더란 말이신가?

       [의상] “아니옵니다. 소승이 알기로는 부처님께옵서는 가엾은 이 사바세계 중생들을 위하여 백가지,

       천 가지 진리의 과일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


       [의상] 우리 해동국에는 아직 백가지 천가지 과일을 다 맛볼 수 없사옵니다.

       [지엄] 허면, 과연 그대는 신라에 있을 적에 부처님의 어떤 과일을 맛 보았는가?  

      [의상] 예, 소승은 낭지법사의 문하에서 법화경을 배웠으며, 보덕화상 문하에서는 열반경과 유마경을 배웠습니다.

       [지엄] 허허허~ 그럼 이 종남산에는 대체 어떤 과일이 있다고 들었는가?

       [의상] 예, 이 종남산 지상사 스님의 문하에 들면 화엄이라는 크나큰 과일을 먹을 수 있다 하기에 그 과일을 먹으러

       왔사옵니다.

       [지엄] 그대는 과연 그동안 먹은 과일 맛을 제대로 알고나 드셨는가? 부처님께서 열반경 장수품에 오래오래

       사는 업을 말씀하셨거늘 과연 부처님께서는 무엇이라 이르셨는가?

       [의상] 예, 부처님께서는 제자 가아사파(가섭)에게 이렇게 이르셨습니다.

      보살이 오래오래 살려거든 중생들을 친자식처럼 보살펴야한다. 크게 사랑하고, 크게 가엾이 여기고,

      크게 기뻐하며, 크게 버리는 평등한 마음을 지녀, 살생을 하지 아니하는 계행을 일러주고 선한 법을

      가르쳐야 한다.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다섯 가지 계와 열 가지 착한 일을 지키도록 할 것이며,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에

      있는 고통 받는 중생을 건져야 한다.

       [지엄] 허면, 부처님께서는 보살이 보시를 할 적에는 어찌 하라 이르셨던가?

      [의상] 부처님께서 열반경 범행품에 이르시기를 “보살이 보시를 하는 것은 명예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요,

     남을 속이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런 까닭으로 보살은, 보시를 했다고 해서 교만한 마음을 내거나, 은혜 갚기를

     바라서도 안 될 것이다. 또한 보시를 할 적에는 자기를 돌아보지 말아야 할 것이오. 받을 사람을 가려서도 아니

     될 것이다. 만일 보시할 사람이 보시 받을 사람을 구별하고 따진다면 그 사람은 끝내 보시하지 못하게 될 것이요,

     보시하지 못하게 되면 끝내 바른 깨달음을 얻지 못할 것이다.  ” 

      [지엄] 그러면, 부처님께서는 모든 보살과 여래의 근본이 무엇이라고 이르셨던고?

      [의상] 네, 부처님께서는 “모든 보살과 여래의 근본은 바로 자비심이다 ”라고 하셨습니다. “ 보살이 자비심을

     기르면 한량없는 착한 일을 하게 될 것이라” 말씀하시고, “만일 누가 모든 착한일의 근본이 무엇이냐고 묻거든, 그것은 자비심이라고 대답하라”고 하셨습니다.

       당시 중국 당나라 종남산 지상사의 지엄화상 문하에는 뛰어난 승려들이 많았다. 회제, 도성, 박진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그들 보다 나이가 어린 법장이 있었다. 여기에 신라에서 온 신참 승려가 방아를 찧는 등 살림 일을 하지

     않고 바로 큰스님 문하에 두게 하자 승려들이 불만이 많았다. 이에 지엄화상이 답하였다.

       [지엄화상] 잘 들어라. 고양이 새끼와 삵쾡이 새끼와 호랑이 새끼는 어렸을 적에는 구별하기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열흘, 보름, 한달을 두고 보면 과연 그 차이가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수행자가

     이 지상사에 들어오면 고양이가 될 것인지, 삵쾡이가 될 것인지, 호랑이가 될 것인지 그 그릇을 살펴보느라고

     3년이고 5년이고 허드렛 일을 시켰느니라. 헌데, 한눈에 척 호랑이 임이 분명하면 대체 무엇하러 허송세월을

     일부러 시키겠느냐?

       [승려들] 하오면, 해동국 신라 승려 의상이 ~ 호랑이 새끼란 말씀이시옵니까?

       [지엄] 머지 아니해서 이 종남산이 찌렁찌렁 울릴 것이니 이 지상사 화엄종풍이 이 세상을 두루 뒤덮을 것이다.

         그 후 의상은 화엄경 공부에 몰두하였다.


        ◇ 華嚴經 (화엄경)


          <華嚴經>은 大方廣佛華嚴經(대방광불화엄경)의 줄인 말로, 석가모니 부처님이 중인도 마갈타국의 보리수

      아래서 개달음을  얻으신 후, 두 번째 칠일을 맞던 날에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아니하신 채, 구름처럼 몰려든

     여러 보살과 대중들을 위해 당신께서 깨달으신 내용을 세세히 털어 놓으신 가르침을 훗날의 제자들이 그대로

     기록해 놓은 불교의 근본 설법이다.

          

        <大대> 시방 허공을 꿰뚫고도 끝없이 크다는 뜻이요,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들고도 남을 만큼 크다는 뜻이다. 

        <方방> 네모난 것이란 뜻이니 바른 법, 바른 진리라는 뜻이다.

        <廣광> 부처님의 바른 법이 무궁무진한 작용을 지니고 있음을 말함이니 이는 곧 진리의 쓰임이 한량없고 크고

         넓다는 뜻이다.

        <佛불> 깨달음의 진리를 본체로 삼으신 부처님을 .

        <華嚴經화엄경> 이란 한량없이 크고 바르고 넓으신 부처님의 지혜와 진리를 아름답고 향기 있는 꽃으로

        장엄한 경이다.   



    [7] 찰나가 영겁이요, 영겁이 찰나


       [지엄] 우리 불교의 교리를 참구하는 데 두 가지 길은 무엇인고?

       [의상] 예, 교리를 밝히는 데는 실상론과 연기론 이렇게 두 가지의 길이 있는 줄로 아옵니다.

       <실상론>이란 이 세상의 유정 무정의 온 법계를 통틀어, 우주만물은 어떤 성질을 가졌으며, 종류를

     어떻게 나누어야 할 것이며, 이들 우주만물 사이에는 과연 무슨 관계가 있는가를 밝히는 것이옵니다.

       <연기론> 화엄경은 연기론을 밝힌 부처님 경전입니다. ~예, 부처님께서는 화엄경을 통하여 이르시기를

     “온 법계 삼라만상은 서로서로 인연이 되어  생겨난다고 ”하셨습니다.

       [지엄] 그래, 그 이치를 비유를 들어 일러 보시게.

       [의상] 예, 바람이 불어오면 구름이 몰려오고, 구름이 몰려오면 비가 내릴 것이며, 비가 내리면

       산천초목이 목을 축이게 될 것이니, 산천초목은 저 혼자 푸른 게 아니요, 비와 구름과 바람과 더불어

       푸르게 된 것이라 하겠습니다.

       [지엄] 그래, 그래, 부모가 없으면 자식 또한 없을 것이요, 자식이 없으면 손자가 없을 것이니, 인과 연이

       없으면 삼라만상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야.

       [지엄] 인연 없는 중생은 부처님도 제도하지 못한다고 하셨다. 흘러오는 저 구름이 과연 그대와 상관이

       있느냐, 없느냐?

       [의상] 예, 흘러오는 저 구름에서 단비가 내리면 채소밭의 채소가 잘 자랄 것이오, 채소가 잘 자라면 저희가

       넉넉한 채소를 먹을 것이니, 상관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엄] 부처님께서는 화엄경을 통하여 온갖 진리와 지혜를 다 일러 주셨다. 지금, 농부와 어부, 목수 그리고

      직조공이 있다. 이 사람 중 누가 가장 제일인고? 

       [의상] 예, 소승의 생각으로는 네 사람이 모두 다 제일인가 하옵니다. 농사를 짓는 데는 농부가 제일이요,

       고기를 잡는 데는 어부가 제일이요, 집을 짓는 데는 목수가 제일이요, 옷감을 짜는 데는 직조공이 제일이니

       모두 각각 제일인 줄로 아옵니다.


      [지엄] 찰나와 영겁은 과연 어떻게 다른가?

      [의상] 찰나가 영겁이요, 영겁이 찰나입니다. 찰나와 찰나가 이어져 영겁이 되고, 또 영겁을 토막토막

      내면 찰나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엄] 하나와 여럿은 또 어찌 말하겠는가?

      [의상] 하나가 여럿이요, 여럿이 곧 하나인 줄 아옵니다.

      [지엄] 비유하자면?

      [의상] 예, 빗방울이 하나하나 모여서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되오니, 바다가 곧 빗방울이요, 빗방울이

      곧 바다인 것과 같다고 할 것입니다.


     [8] 화엄의 도리를 글로 전하게


      [지엄] 화엄의 이치와 도리를 그만큼 달통했으니 이제 그대가 아는 화엄을 글로 작성해서 보여주시게.


        어느날 밤 의상스님이 화엄경을 펴놓고 법계를 관하다가 비몽사몽간에 한 仙人을 만났다. “ 여보시게, 의상!

      이제 그대가 배우고 깨달은 바를 반드시 저술하여 중생들에게 베풀어 줌이 마땅할 것이니 지체하지 말게 !”

        또 꿈에 선재동자가 나타나서 머리가 총명해지는 약을 십여 제 주는가하면, 푸른 옷을 입은 청의동자가

      나타나 화엄의 도리를 나타내는 비결을 가르쳐 주고 사라졌다.

        의상스님은 그동안 배우고 깨달은 화엄의 도리를 글로 지어 대승장 열권을 엮어서 지엄화상에게 올렸다.

    그런데 지엄화상이 이것을 불로 태우니 타지 않는 글자가 이백 열자가 남았다. 의상스님이 이 글자를 며칠동안

     문을 잠그고 다시 배열하여 오묘한 화엄경의 도리를 십십 구의 게송으로 엮어, 이 계송을 도포로 배열하였다.

       이것이 그 유명한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이다. 


     ◇ 의상스님이 華嚴一乘法界圖(화엄일승법계도)를 짓게 된 연유


      “ 무릇 오성인(悟性人)의 성스러운 가르침은 일정한 처방이 없고 병에 따라 약을 쓰는 응기 수병하는

    것이 동일하지 아니하다.

       따라서 미혹한 사람은 남기신 말씀을 기록한 글자에만 치우치다보니, 알아야할 근본을 잃고 만다.

      그리하여 화엄교학의 이치와 가르침에 근거하여 짧은 곡선으로 된 시를 지어 이름에만 집착하고 있는

    무리들로 하여금 이름 없는 참다운 근원으로 돌아가게 하련다.  ”


       ◇ 法性偈 (법성게)


      法性圓融無二相 諸法不動本來寂  無名無相絶一切  證智所知非餘境

       법성원융무이상 제법부동 본래적  무명무상 절일체  증지소지비여경

        眞性甚深極微妙 不守自性隨緣成  一中一切多中一  一則一切多則一

        진성심심 극미묘   불수자성수연성    일중일체 다중일    일즉일체 다즉일

        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   無量遠劫則一念  一念卽是無量劫

        일미진중 함시방  일체진중 역여시    무량원겁 즉일념    일념즉시 무량겁

        九世十世互相則 仍不雜亂隔別成   初發心是便正覺  生死涅槃相供和

        구세십세 호상즉   일불자반 격별성   초발심시 변정각     생사열반상공화

      理事冥然無分別 十佛普賢大人境   能仁海印三昧中  繁出如意不思議

        이사명연 무분별  십불보현 대안경    능인해인 삼매중    번출여의 부사의

        雨寶益生萬虛空 衆生隨器得利益   是故行者還本際  ?息妄想必不得

      우보익생만허공 중생수기득이익  시고행자환본제  파식망상필부득   

        無緣善巧捉如意 歸家隨分得資糧   以陀羅尼無盡寶  莊嚴法界實寶殿

        무연선교착여의   귀가수분 득자량     이다리니무진보    장엄법계 실보전

        窮坐實際中道床 舊來不動名爲佛

        궁좌실제 중도상  구래부동 명위불  


        ◇ 法性偈(법성게) 속의 空思想 (공사상)


         法性偈는 방대한 <華嚴經>의 내용과 오묘한 뜻을 압축하여 게송으로 노래한 것이며, 총 210자 30구로

     서기668년에 완성되었다. 이시는 法자로 시작하여 마지막에는 佛자로 끝난다.

      본래 이 법성게는 의상이 “華嚴一乘法界圖”라 이름 지었으며, 그 게송에 지은이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았다.

      그 까닭을  “인연으로 생겨나는 일체의 모든 것에는 주인이 따로 있지 아니함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

      했다.  

       -法性圓融無二相 諸法不動本來寂  

        (법의 성품은 원융하여 두 모양이 본래 없고, 모든 법이 부동하여 본래부터 고요하네)  제법이 모두 無常하고

     無我한 것이니 차별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의상은 “만물의 근원이 본래 다르지 않다”고 하여 空性을 노래한

      것이다.


       -無名無相絶一切 證智所知非餘境

        (이름 없고 모양 없어 일체가 다 끊겼으니, 깨친 지혜와 경계까지 남아있지 않네)  이는 주객과 대립이 완전히

      소멸된 진여법성의 평등함을 노래한 것으로 證智(主)와 所知(客)이 서로 다른 경계가 아닌 空을 표현한 것이다.


       -  眞性甚深極微妙 不守自性隨緣成

        (참 성품 깊고 깊어 지극히 미묘하여, 자기성품 따르지 않고 인연 따라 이루어지네) 이것은 청정한 법성도

     결국 인연 따라 이루어짐을 노래하니 이 또한 諸法緣起의 空性을 나타낸 것이다.


       -  一中一切多中一 一則一切多則一

        (하나 안에 일체가 있고 일체 안에 하나 있어,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니라) 이는 無自性의 空思想을

     나타낸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전체나 부분이나 차별이 없고 평등하니 둘 다 존중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진리의 세계에서는 전체속의 하나는 전체를 대표하고, 또 그 하나하나는 전체를 따라가야 한다는 뜻이다.

      ● 현대 생명공학에서 體細胞 하나로 생명체 전체를 再現시키는 것이 바로 이 空의 원리인 것이다.

     

       -  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

        (한 티끌 그 가운데 온 우주를 머금었고, 낱낱의 티끌마다 온 우주가 다 들었네) 一切가 皆空한 實相에는 본질적

        으로 시간 및 공간의 한정적인 개념이 성립되지 못한다.    

       - 無量遠劫則一念 一念卽是無量劫

        (끝도 없는 무량겁이 한 생각의 찰나이고, 찰나의 한 생각이 끝도 없는  겁이라.) 이 구절 또한 時空을 초월한

       법의 성품(空)을 이야기하고 있다.


       - 九世十世互相則 仍不雜亂隔別成

        (세간이나 출세간이 서로 함께 어울리되, 혼란 없이 따로따로 이루었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저마다 성품이 다 있어, 모두 존중되어야 한다는 空의 平等性을 노래한 것이다.  


       - 初發心是便正覺 生死涅槃相供和

        (처음 발심한 때가 바른 깨침을 이룬 때요, 생과 사와 열반 경계 그 바탕이 한 몸이니) 一切가 無常하고

       皆空하다는 것을 알고 처음 발심할 때는 이미 정각을 이룬 상태와 같다. 또 一切가 無常이고 皆空하므로

       생사도 인연에 따라 일어나고 열반 경계 또한 그와 같다.


       - 理事冥然無分別 十佛普賢大人境

        (이치와 현상이 명연하여 분별할 길이 없는 것이, 모든 부처님과 보살님과 성인들의 경계라) 이는 空性이

        곧 佛性이라는 것이다.


       - 能仁海印三昧中 繁出如意不思議

        (부처님의 거룩한 법 갈무리한 해인 삼매, 불가사의 무궁한 법 그 안에 들어내는구나) 법성을 노래한 것이다.


       - 雨寶益生萬虛空 衆生隨器得利益

        (모든 중생 유익토록 온 누리에 법의 비 내려, 중생들의 그릇 따라 온갖 이익 얻게 하네) 이는 空의 대승적

        실천을 노래한 것이다. 즉 자비로운 마음으로 모든 중생들을 구제하되, 중생의 근기에 따라 대승의 방편을

        써야 함을 표현한 것이다.


       -是故行者還本際 ?息妄想必不得

        (이런 고로 수행자는 근본으로 돌아가되, 망상심을 쉬지 않고는 얻을 것이 하나도 없네)  수행자는 “나없음”을

      철저히 깨닫고, 또 일체 모든 것이 無常하다는 것을 관하여,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번뇌를 쉬게 해야  空의

      진리를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 無緣善巧捉如意 歸家隨分得資糧

        (무연자비 좋은 방편 마음대로 자재하면, 보리열반 성취하는 밑거름을 얻을 수 있네) 이는 “나없음”을 철저히

        알고,  空의 실천을 위해  대승 보살도인 육바라밀 행을 닦아 가면 결국 완전한 부처의 경지로 나아갈 수 있음을

        노래한 것이다.


       -以陀羅尼無盡寶 莊嚴法界實寶殿

        (이 말씀은 무진한 법문이요 한량없는 보배로써, 온 법계를 장엄하여 불국토를 이루네) 화엄경의 위 없는 공덕을

        찬탄함.


      - 窮坐實際中道床 舊來不動名爲佛

        (마침내는 진여 법성 중도 자리 깨달았으니, 본래부터 부동하여 이름 하여 부처라 하네) 깨닫고 보니 진여법성이

       본래부터 있더라는 것이다. 즉 중생이 탐진치 불길에 쌓여 부질없는 망상으로 고정관념의 틀을 만들어 놓고,

       그것에 매여 윤회를 하는데, 그 관념의 틀을 깨고 보니 모든 것이 중생 스스로 만든 관념에 따라 지옥도 가고

        천상도 가고 인간도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관념의 틀을 깨어 버리면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자유를 찾게 되니, 그것이  바로 진여 법성인

       중도의 자리라는 것이다. 대승불교에서는 이를 이름 하여 空이라하는 것이다.  


     一  微  塵  中  含  十  初  發  心  是  便  正  覺  生  死

     一  量  無  是  卽  方  成  益  寶  雨  議  思  不  意  涅

     則  劫  遠  劫  念  一  別  生  佛  普  賢  大  人  如  槃

     多  九  量  卽  一  切  隔  萬  十  海  仁  能  境  出  相

     切  世  無  一  念  塵  亂  虛  別  印  三  昧  中  繁  供

     一  十  是  如  亦  中  雜  空  分  無  然  冥  事  理  和 

     則  世  互  相  則  仍  不  衆  生  隨  器  得  利  益  是

     一  相  二  無  融  圓  性  法  ?  際  本  還  者  行  故

     一  諸  智  所  知  非  餘  佛  息  盡  寶  莊  嚴  法  界

     中  法  證  甚  性  眞  境  爲  妄  無  隨  家  歸  意  實

     多  不  切  深  極  微  妙  名  想  尼  分  得  資  如  寶

     切  動  一  絶  相  無  不  動  必  羅  陀  以  糧  捉  殿

     一  本  來  寂  無  名  守  不  不  得  無  緣  善  巧  窮

     中  一  成  緣  隨  性  自  來  舊  床  道  中  際  實  坐

      

         ◇ 義湘스님의 華嚴一乘法界圖

                               

    一 -微 -塵 -中 -含 -十  初 -發 -心 -是 -便 -正 -覺 -生- 死

    一  量- 無- 是- 卽  方  成  益- 寶- 雨- 議- 思- 不- 意  涅

    則  劫  遠 -劫  念  一  別  生  佛 -普 -賢 -大 -人  如  槃

    多  九  量  卽  一  切  隔  萬  十  海- 仁- 能- 境  出  相

    切  世  無  一 -念  塵  亂  虛  別  印 -三 -昧 -中 -繁  供

    一  十  是- 如- 亦- 中  雜  空  分- 無- 然- 冥- 事- 理- 和 

    則  世 -互 -相 -則 -仍 -不  衆 -生 -隨 -器 -得 -利 -益  是

    一  相- 二- 無- 融- 圓- 性- 法  ?- 際- 本- 還- 者- 行- 故

    一  諸  智 -所 -知 -非 -餘  佛  息  盡 -寶 -莊 -嚴 -法 -界

    中  法  證  甚- 性- 眞- 境  爲  妄  無  隨- 家- 歸- 意  實

    多  不  切  深 -極 -微 -妙  名  想  尼  分 -得 -資  如  寶

    切  動  一- 絶- 相- 無  不  動  必  羅- 陀- 以- 糧  捉  殿

    一  本 -來 -寂 -無 -名  守  不  不 -得 -無 -緣 -善 -巧  窮

    中- 一- 成- 緣- 隨- 性- 自  來- 舊- 床- 道- 中- 際- 實- 坐


      [9] 저 혼자 만들어진 것은 없네.


      의상이 화엄일승법계도를 지어서 지엄에게 바친 후 서기668년 10월 19일  지엄은 반야원이라는

      암자에서 열반에 들었다.

      [지엄] 다들 들어라. 한 티끌 속에 시방세계가 다 들어있고, 가없는 시간이 한 생각이니라.

      이 소식을 알거든 일러 보아라.

      [의상] 예, 연기법은 자성이 없사옵기에 작은 것이 작은 데 머물지 아니하고, 큰 것이 큰 것에

      머물지 아니하며, 짧은 것은 짧은 데 머물지 아니하고, 긴 것도 긴데 머물지 않사옵니다.

      [지엄] 그래, 그래, 그렇고 말고 ~ ~ 나는 잠시 극락정토에 왕생했다가 다음에 연화장 세계에

      유회할 것이니 그대들은 나를 따르라.

     <중국의 화엄은 법장에게, 해동국 화엄은 의상에게 맡긴다.>

       - 지엄이 열반에 든 후 법장의 학문이 깊어지고, 법력이 익을 때까지 지엄사에서 의상이 대사로

     추대되어 화엄의 도리를 후학에게 펼치게 되었다.

      

        ◇ 저 혼자 만들어진 것은 없네.


        <부처님께서는 온 우주 만물이 다 평등하고 소중하다고 하셨네.>

        .찻잔하나도~ 그 소중한 것으로 된 것이라네.


         “흙을 빼고 나면 찻잔이 없고,

           물을 빼고 나도 찻잔 또한 없네.

           모양도 없고 유약도 없고, 

           나무도 없고 불도 없으면~

           어느 누가 무슨 수로 찻잔을 빚을꼬.

         

           한 잔의 작설차 마시면서도

           흙의 고마움을 잊지 마시게

           이름 모를 도공도 잊지 마시게

           물도 고맙고, 불도 고맙고

           한 포기 차나무도 고맙기 그지없네.

           그대는 이제 아시겠는가

           부처님이 이르신 화엄법문을.”

           

       [10] 장독 구경만 하지 말고 장맛을 보시게.    


       [도성] 화엄경 보살명란품에 보면 문수보살과 목수보살의 문답이 있습니다. 중생가운데는

       어찌하여 부자와 가난한자가 있고, 지혜로운 자와 어리석은 자가 있는지를 문수보살이 목수보살에게

       물었습니다.

       [의상] 그래, 목수 보살이 무엇이라 답했는가?

       [도성] 여래의 복 밭은 하나인데 중생이 받는 과보는 각각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의상] 그렇다. 똑같은 물이라도 바가지에 담기면 바가지 모양이 될 것이오. 그릇에 담으면

       그릇 모양이 될 것인즉 똑같은 부처님 말씀도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 알아서 제대로 깨달으면

       지혜가 될 것이오. 제대로 배우지 않고, 제대로 알지 아니해서 제대로 깨닫지 못하면 두고두고

       범부중생을 면치 못할 것이야. 물은 같은 물이로되,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면우유가

       되는 거야. 물은 품성과 근기에 따라 달라진다.

      [의상] 배가 고플 적에 밥을 구경만 해서는 배가 불러지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장독만 구경하지

      말고 장맛을 보게 ! 

     

       ***어느 날 신라에서 온 “김 흠 순”이란 사람이 찾아왔는데, 그는 김 유신 장군의 아우로

      당나라에 볼모로 있는 중이었다. “당나라가 신라와 연합을 해서 백제와 고구려를 차례로

      멸망시키고, 이제는 신라를 속국으로 만들려고 하니, 신라로 돌아가 이 사실을 신라조정에

      알려달라는 부탁을 하러 온 것이었다.

      - 그 후 의상은 신라로 돌아와 그 사실을 조정에 알리고, 해동에서 화엄을 펼치게 되었다.


      [11] 선묘 설화


       671년 동짓날 그믐쯤 신라로 돌아가려고 중국 등주에 도착했다. 선묘 아가씨를 찾아가보니, 선묘

     양 부모는 이미 돌아가시고, 선묘 아가씨가 새로 법당을 지어놓고 밤낮으로 열심히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지극 정성으로 경을 읽는 것을 보고는 차마 부를 수 없어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의상대사가 떠난 뒤 그 집 하인이 집으로 돌아온 선묘낭자에게 의상대가 왔는데 만나지 못하였는가

     라고 묻자, 선묘낭자는 선창가로 가보니 이미 배는 저 멀리 가고 있었다.

     [선묘] 스님, 너무하시옵니다. 참으로 너무하시옵니다. 소녀는 십 년 세월을 밤이나 낮이나 스님

     생각만 하면서 일구월심으로 스님을 다시 뵙기 소원하였사온데, 이리도 무정하시게 또 가시다니요.

      선묘가 손수 지어 놓은 법복을 담은 상자를 저 뱃전에 떠밀려가도록 

    관세음보살님께 간절히 빌자,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불더니 그 상자가 의상이 탄 배 옆까지 다가갔다.

    상자가 다가오는 것을 괴이하게 여겨 뱃사람들이 건져 열어보니, 법복이 들었고,“원효 스님께 드립니다.”

    라는 편지가 들어 있었다. 그 때 의상이 배 멀리를 하여 잠시 정신을 잃었는데, 비몽사몽간에 선묘

    아가씨 꿈을 꾸었다. 선묘는 바다에 몸을 던졌는데,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로 한 마리용이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세세생생 스님을 믿고 의지하며 또 스님을 보살피는 용이 되었으니, 스님께서는

    아무 걱정 마시고, 부처님의 정법을 두루두루 널리 펴 주시라는 부탁을 한 것이다.

      의상이 돌아오는 길에 바다에서 폭풍을 만나 천신만고 끝에 지금의 경기도 남양만에 귀국한 것이

      671년 섣달이었다.(물론 선묘 용이 보호 하였다.)


      [12] 낙산사와 홍련암


       의상이 신라에 돌아와 황복사에 머무르고 있을 때, 꿈속에서 선묘 낭자가 나타나 “동쪽 바닷가를

     한참을 올라가면 바닷물이 드나드는 바위굴 속으로 드나드는 신령스러운 곳을 만나게 될 것”이라

     하였다.

      오랜 세월 전쟁을 겪은 백성들이 이제는 또 탐관오리들에게 시달리고 있다니, 바로 이런 세상에야

    말로 관세음보살의 천수천안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간절했다.


       지금의 양양 바닷가 절벽 바위굴에 도달했다. 그 곳에서 관세음보살님께 간절한 기도를 7일간

    했다. 그러자 바위굴 속에서 홀연히 붉은 연꽃이 피어오르고 그 연꽃 위에 황홀할 만큼 아름다운

    관세음보살상이 나왔다. 의상대사가 새벽기도 중 현몽을 받은 데로 가니, 푸른 대나무와 검은

    대나무가 서 있는 자리에 절을 세우니, 그 절이 오늘날의 낙산사이다. 또 붉은 연꽃이 피어오른

    바위굴에 암자를 세우니, 오늘의 홍련암이다.


     [13] 부석사를 창건하다.   


      의상대사는 여러 산을 돌아보고, 화엄도리를 펼만한 곳을 정한 뒤 화엄사찰을 짓고자 했다. 그래서

    의상대사는 제자 표훈을 대리고 지금의 경북 영주군 봉황산에 이르게 되었다. 그 곳은 중국 종남산

    지상사가 자리한 곳과 아주 유사한 좋은 명당을 찾았는데, 그 자리에는 천신과 자연을 숭상하는 수

    백명의 자칭 도인들이 수도를 하고 있었다.  

      그 들 틈에 끼어 잠을 자는데, 꿈에 선묘가 나타나 그곳에 화엄 도량을 세우도록 하라고 했다.

     그녀가 도와준다는 것이었다.

      다음날 선묘의 화신인 선묘용(용)이 큰 바위를 공중에 들어 그 가람 터를 점거하고 있던 잡배들을

    위협하여 물리쳤고, 의상은 그 자리에 절을 새우니, 오늘날 영주 부석사이다. [삼국사기에 676년,

    문무왕 16년 2월 경북 영주군 부석면 봉황산에 부석사를 창건함]


      [14] 너는 이제 내 제자니라.


       의상대사는 천민 출신 진정을 제자로 맞아들였고, 낭지법사 문하에 있던 종복 출신인 지통(智通)을

     제자로 받아들였다. (낭지법사가 열반에~) 성골과 진골 출신이 아니면 벼슬도 할 수 없었고 출가

     수행자도 될 수 없었다.

                                

      [15] 이제 그만 굴레에서 벗어 나거라. 


       의상대사의 제자 중 진정이란 천민출신 스님의 모친이 돌아가셨는데, 의상스님이 진정스님 어머니의

     영가를 위해 이레 동안 기도를 드렸다.

       그 당시 왕족이나, 귀족이 세상을 떠나면 영가천도를 하였지, 일반백성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인데,

     하물며 천민 출신이랴!

       이러한 점에서 의상스님은 자비보살의 화신이라 할 만하다.


      [의상] 그대들 잘 들어라, 화엄경에 이렇게 말씀하셨느니라. “부처님의  올바른 법이 이렇게 깊고

    오묘하고 이렇게 크고 넓어 한량이 없는데 어리석은 범부들은 마음이 나쁜 소견에 떨어져 어둡고,

    어리석음이 지혜를 가리었으므로 교만은 짐대 같고 애정은 그물과 같고 항상 아끼고 미워하는 생각으로

    삼계에 태어날 구실이 되고 탐욕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으로 업을 지으며, 원한의 바람이 죄업의 불길을

    불러 일으켜 아득한 무명 번뇌만 늘어나니 먼저 이렇게 고통 받는 중생을 제도하여 부처님 법의

    즐거움을 얻게 해야 할 것이다.  ” “지통은 게송으로 답해보아라.”


      [지통] 예,

      어떤 사람 착한 일 / 닦아 모아서 // 깨끗한 마음으로    / 부처님 섬겨

      청정한 믿는 함과  / 자비심으로  // 한량없는 부처님들  / 지혜 얻으리.

      자비한 마음에  / 지혜가 으뜸 되어// 방편과 수단으로   / 행을 닦으면

      곧고 깊은 마음 / 한결 같아서    // 그로부터 생기는 법 / 한량없으리.


      [의상] 내 90일간 소백산 추동으로 들어가서 화엄경을 강설할 것인즉, 이는 그대들의 눈을

     밝혀주자는 뜻이요, 진정수좌의 어머님의 영가가 화엄법문을 듣고 성불하기를 기원하고자 함이니라.

        이때 스님제자 지통이 강설 내용을 그대로 적어 <추동기>라는 책으로 후세에 전하였다.

      [진정] 보잘 것 없는 소승의 속가 어머님의 영가를 위해서 화엄법문까지 강설해주니 소승 참으로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의상] 너는 어찌 아직도 천민 출신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는가? 바로 보아라! 하늘은 높고

      끝없이 푸르니라.


     [16] 모두 다 으뜸이니라.


       의상대사가 부석사에서 다시 제자들을 지도하고 있을 때, 객승 한 사람이 와서 자신 법화경이

     제일가는 경이라고 배웠는데, 의상스님이 “화엄경이 제일이다.” 라고 가르치는데 항의하러 왔었다.


      [의상] 배고픈 사람에게는 밥이 제일이요, 목 타는 사람에게는 물이 제일 이듯이 중생들의 근기에

     따라 법화경도 으뜸이요, 화엄경도 으뜸이요, 금강경, 아함경, 열반경이 모두 으뜸이라는 것이오.

      [의상] 서라벌 장안으로 들어가자면 남문도 있고 북문, 동문, 서문도 있듯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들어가는 문은 수없이 많습니다. 헌데 어리석은 사람들은 반드시 동문으로만 들어가야 한다고

     우기고, 또 어떤 사람은 서문으로만 들어가야 한다고 우기고 있습니다.

       의상은 걸인도 제자로 받아들였다.

       또 수십 년간 백제,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연합군인 당나라와도 싸움을 하느라고 백성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

      그런데 막상 싸움이 끝나고 나니 이번에는 축성을 하고 궁궐을 새로 짓느라고 백성들의 삶은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군대나 부역을 피해 승려가 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매일 수백 명이 넘었다. 이것을 보고 의상대사는 문무왕에게 축성 쌓는 일을 중지하여야

      한다는 상소문을 올렸다.


     [18] 당나라에서 온 서찰


       서기 691년 여름 의상이 당나라에서 온지 만 20년이 지났을 때, 중국 종남산 지상사로부터 스님

     한분이 왔다. 중국 화엄종의 제3조로 추앙받고 있는 법장대사가 친히 의상대사를 상인이라 칭하며

     문안인사를 여쭌 서찰이었다.

     

       서기 702년 의상대사의 세속나이 77세 초겨울~ 밖에는 매서운 바람이 유난히 심하게 불었다.

     지통을 불러 얼마 후 열반에 드시겠다고 말씀하시며, 육신에서 온기가 사라지면 여러 곳에 알리지

     말고 간단히 태워 없애라고 했다.


       ◇ 임종 유언


      - 귀만 밝아가지고는 아무 소용이 없다.

      - 눈만 밝아도 아무 소용이 없다.

      - 아무리, 문수보살의 지혜가 있다고 한들,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 그러니

        보현보살 행을 본받아야 한다.


      - 기왕에 수행자가 되었으니 잘 먹고 잘 입고, 편히 자고, 편히 쉬고, 편히 지낼 생각을 말라. 

      - 마음을 비워라. 그리하면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는 법, 행여라도 재물을 만지려 들지 말고,

        행여라도 벼슬을 차지하려고 덤비지 말라.  그 두 가지가 사람을 가장 추하고 더럽게 만드느니라.

      - 부처님 제자는 무소유를 근본으로 삼고 오직 부처님 법을 재산으로 삼아야 한다.


      - 삭도물이 마르기도 전에 신도를 가리켜 처사니, 속인이니 하시하고 반말을 농하는 자는 죽어서

        반드시 혓바닥이 없는 짐승이 될 것이요, 세세생생 과보를 면치 못할 것이다.


      - 계율을 제대로 지키지 아니하고 수행자의 본분을 다 하지 아니하면서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승복을 입고 있으면 그런 자는 마땅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요, 세세생생 도산지옥 한빙 지옥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니 그대들은 하루하루 스스로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 나는 출가 수행자로서 부끄러운 일은 과연 없는가를 스스로 살필 일이다.

      - 그대들은 세상을 속이고 중생들을 속일 수는 있으나 결코 부처님을 속일 수가 없으니, 이 점 부디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자, 그러면 나 먼저 간다. 연화장 세계에서 만나기로 하자.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