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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佛心(불심)의 승리
    세상을 향해/지구촌 소식 2011. 8. 11. 19:39
     

     

     

    佛心(불심)의 승리

     

     

    우인보/ 동대부고 교법사

     

    교무실에서 인터폰이 왔다. 신입생 학부모 같은데 전화를 받아보라는 것이었다. 상당히 흥분해 있으니 말 좀 잘해보라는 J교감 선생의 간절한 부탁이었다.

     

    “여보세요? 본교 교법사입니다. 무슨 일 때문이시죠?”

    하지만 최소한의 수인사도 전달 못한 상황에서 나는 일방적으로 상대방의 훈계성 야단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귀한 아들을 사탄의 무리들과 함께 공부 하게 할 수 없으며,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할머니들이나 믿는 불교를 가르치는 학교가 있냐고. 급기야는 그 학교 다니면 학생들이 머리도 전부 삭발하고 다녀야 하고, 무슨 불교 주문도 강제로 줄줄이 외어야 한다면서. 아예 전화통에다 소설을 쓰고 있었다.

     

    한동안 방황하다가 이제 겨우 주님의 은총으로 착실히 주일예배에 빠지지 않고 교회 나가는 귀한 아들을 위해서라도 본교의 입학배정을 인정 할 수 없다는 항의였다. 교법사 경력이 20년 가까이 된 지금은 이런 경우엔 한 방에 해결 할 수 있는 특효약이 있지만 초임시절에 겪는 일이라 상당히 당황대고 약이 올랐다.

     

    종립학교 배정에 학부모 항의전화

    꾸준한 관심 쏟자 해당학생 ‘수계’

    졸업식땐 어머니 손목에 단주까지

     

    먼저 목소리부터 진지하게 베이스톤으로 쫙 깔았다.

    “댁의 아드님이 불교종립학교에 배정받게 된 것을 저도 무한하게 안타깝고 슬프게 생각합니다. 당연히 전학 가셔야죠. 이왕이면 주님의 가르침을 수업하는 성경시간도 있고, 매주 전교생이 모여 예배도 드리는 미션스쿨이 좋겠죠?”

     

    이 쯤 되니 과잉친절이 부담이 되었는지 목소리 톤이 낮아지면서 “전화 받는 사람이 그 학교선생님 맞으세요?” 라고 오히려 반문을 한다.

     

    “우리학교에서는 머리를 삭발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리고 불교종립학교에서는 강제란 있을 수 없습니다. 희망자에 한해서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종교수업은 불교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답변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알았어요”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지만 전화의 주인공을 알아내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고 그 신입생의 신상내지는 성격, 교우관계 까지도 입학 전에 파악을 할 수 있었다.

     

    그 학생이 소속된 학년의 종교수업은 실로 웃기고 울리고 생쑈(?)를 하였다. 특히 매 수업시간 마다 그 학생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십여 개가 넘는 과목 중에 종교수업이 제일 재미있다는 아부성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전학이야기가 언제 불거질지 몰라 노심초사 하던 2학기 말에 느닷없이 그 학생이 ‘합동수계식’에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아니 넌 00교회 주일학교 임원 아니니. 그런데 불자가 되겠다고 수계를 신청하면 어쩌니. 수계란 무슨 장난삼아 하는 것이 아니란다” 라는 의문에 그 학생의 답변은 명쾌하였다.

     

    “저 여름방학 때부터 교회 안 나가요, 법사님은 기독교 욕 안 하는데, 우리 교회의 전도사님은 맨 날 불교와 스님들 욕만 하고 그래요, 그래서 교회 다니기 싫어요. 난 불교가 재미있는데.”

     

    “엄마한데 혼 안 나겠니.”

     

    “울 엄마도 알아요. 내가 교회 안 나가는 대신에 기말고사 평균 10점 올린다고 했어요.”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아무리 중학교 1학년 학생이라고 하지만 시험성적 올리면 사탄의 종교를 개종해도 묵인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학부모이고, 청소년 포교는 강요가 아니라 관심이라는 사실을. 다음해에 그 학생을 불교반장으로 임명하였다.

     

    해가 바뀐 그 이듬해 ‘학부모 초청 졸업생 환송법회’시에 처음 대면한 그 학생의 어머니 손에 채워진 단주를 본 순간 스스로 통쾌함에 비명을 지를 뻔하였다. 아마도 그 학생의 성적이 많이 향상되었나 보다.

     

    불교신문에서

     

     옮긴글입니다. 

        (원불사) 

    출처 : 개운선원
    글쓴이 : 正印 (남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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