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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속의 문수보살세상을 향해/여행 2008. 4. 14. 08:43
<목욕탕 속의 두 노인>
◇ 감동적인 광경은 기억에 오래 남는 습니다.
몇 년 전 창원에서 창녕 쪽으로 만행하다가 북면 마금산 온천에 들린 적이 있습니다.
목욕탕 한쪽에서 목소리도 카랑카랑하고 아직 근력도 왕성하게 보이는 80세가량의 노인이 신나게 60대로 보이는 사람의 등을 밀어주고 있었습니다. 그는 유쾌하게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 그런데 60대로보이는 사람이 너무 황송하고 미안 한 듯 “아니 왜 이러십니까? 어르신! 제가 등을 밀어 드려야지요.....”하니, “ 아~ 괜찮아요. 아직 나는 힘이 있다고요. 가만히 있어요...”하면서 계속 등을 밀어 주었습니다.
부자관계는 아닌 것이 분명한데..... 이렇게 생각을 하며 나는 스스로 목욕을 하고 있었다.
얼마 후 등을 다 씻은 60대 사람이 내 옆에 앉아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 저 노인은 올해 팔순을 넘기신 분으로 우리 동네에 계신답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저 노인분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대출을 받아야 했는데, 내가 보증을 서 주었지요. 그 때 나는 30대였는데.... 아 글쎄 그것을 여태까지 감사하게 생각하며, 평생 은혜를 잊지 못하는 분이랍니다. 저는 그것이 많이 부담스러워요. 당연히 해드린 것뿐인데... 스님~이시지요?”
목욕중이라 합장 반배하기도 어색하여 “네 ~ 거사님 두 분 모두 훌륭하신 분이십니다.”
◇ 앞에 노인은 은혜를 잊지 않은 분이고
뒤의 사람은 무루복(새지 않는 복)을 지은 분이십니다.
그래서인지 앞의 노인 밝고, 건강하게 장수하시며 잘 살고 계시고
뒤의 노인은 자손들이 법조계로 진출하여 잘 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 바로 이분들이 바로 불보살님의 화신이 아니고 무엇인가?
두 사람 다 얼굴에는 인자함과 편안함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얼마나 훈훈하고 인간적인 정인 인향이 그윽하지 않은가?
◇ 사정이 딱한 아는 언니를 위해 보증을 섰다가 그 빚을 도로 갚아주게 된 여인이 그로 인해 남편에게 폭행과 구박을 받고 끝내 집안에서 쫓겨나 네 자녀들과 만나지 못하고 말 못하게 힘들게 생활하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여인도 분명 문수보살님의 화현입니다.
그렇게 집을 쫓겨나서면서도
이제는 남편을 원망하지 않고, 그 아는 언니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모두 들의 행복을 빌며 불가에 귀의하였습니다.
◇ 몇 년이 지난오늘 아침 예불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그 목욕탕의 노인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실의를 딛고 이제 불가에 귀의하신 어느 보살님을 생각하며
다음과 같은 글귀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고난이 크면 클수록 더욱 크게 깨우치게 되며
하늘 일을 하는 사람은 더욱 큰 시련을 겪게 된다네.
일의 성취가 눈앞에 다가올수록
번뇌는 더욱 치성하니....
마지막 목적지 눈앞에 있는 고비를
한 발짝 넘으면
행복의 문이 열린다네.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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