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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 돈 안 되는 그림 그리고 있어요. >>
    행복의 문 - 법문, 좋은글/♣--남광 엣세이 2010. 12. 7. 07:52

     

     

     

    << 돈 안 되는 그림 그리고 있어요. >>

     

     

    ◇ 어제는 바람이 차고 매서운 날이었다.

    오후 5시경 노스님께서

    “스님 누가 찾아 왔습니다.”하셨다.

    잠시 후 법당 문이 열리며 한 여성 불자님이 들어 오셨다.

    삼보 전에 예를 드리고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이 추운 날 이 시골 산골까지 오시느라고 힘 많이 드셨습니다.

    보살님은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네, 용인에서 왔습니다.”

     

    “네, 그렇군요. 그런데 이곳을 어떻게 알고 왔습니까?”

    “저는 스님의 블록 ‘새들의 쉼터’를 보고 이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블록에 올린 스님의 글들을 거의 다 보았습니다. 저에게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불쑥 예고도 없이

    찾아뵙게 되어 죄송합니다. 한 가지 소원이 있어 왔습니다.”

     

    “네, 그렇군요. 보살님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십니까?”

     

    “스님, 전 돈 안 되는 그림 그리고 있어요.”

     

    이 말을 듣고 잠시 그 보살님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어딘지 모르게 차가운 모습에 신비한 것을 찾는 나그네 같기도 했다.

     

    “스님, 저는 제가 누군지 정말 알고 싶습니다. 간절히요.”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 그녀는 올해 42세로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는데 두 아이를 가진 주부로 올 7월에 미국에서 돌아와 살고 있는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대학시절 동갑네기의 남자와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나 결혼을 전제로 사귄 것이 아니었다. 자신은 구속 받는 것이 너무 싫었다. 그냥 서로 사랑하고 살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상대는 결혼을 요구 했다. 그래서 반대를 계속했는데 그 남자가 ‘그러면 우리 결혼식은 올리지 않더라도 혼인 신고라도 하고 계속 살면 좋겠다.’라는 간절한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 남자를 무척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그녀 자신을 지금까지 옭아 메게 한 시초가 되었다. 이후 아이를 가지자고 이야기 했고, 계속 거절하다가 결국 임신을 하게 되어 아이를 놓게 되었다. 결혼 전 혼인 신고도 하고, 임신을 하자 시가로부터 구박이 아주 심했다. 큰 아이(딸)가 자라자 아이 공부를 위해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 곳에서 또 남편의 강요에 못 이기어 둘째 아들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자유롭게 살기를 희망했다. 이후 시부모님이 한국으로 다시 들어와 살기를 간청하자 남편도 가족 모두 한국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 그녀는 시부모의 구박이 싫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반대하자 남편은 ‘나 혼자라도 들어가겠다. 지금 같이 가지 않으면 한국에 가서 새로운 여자 만나 아이까지 놓고 살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먼저 한국으로 들어갔다. 그 후 몇 년 동안 미국에 아이들을 키우고 살면서 많은 고생을 하였는데, 이때 미국인을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되었는데 아이들이 그 미국남자를 너무 무서워하고 싫어하여 결국 금년 8월 한국으로 돌아와 남편과 합가하여 살게 되었다.

     

    ◇ 그런데 남편은 또 아이를 갖자고 했다. 시부모님이 손자 욕심이 많아 사내아이를 또 낳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에 강력히 반해하여 남편과 각방을 쓴지가 오래 되었다. 여기서 그녀는 심한 정신적 갈등을 겪고 우울증까지 걸리게 되었다.

    구속받기 싫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데 현실은 17여년의 세월동안 자신을 더욱 올가미로 씌우게 한 것이다. 결혼하기 싫었고, 아이를 놓기 싫었는데 또 아이를 가져야 한다니 정말 싫었다. 이제 자신도 남편에 의지 하지 않고 스스로 돈을 벌어 살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이 전공한 ‘컴퓨터 그래픽’으로도 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녀는 심한 정신적 갈등으로 우울증에 빠져 정신과 치료를 받기까지 하였고 이렇게 먼 곳까지 상담을 받으러 온 것이다.

     

     

    ◇ 위 불자는 자신의 생각으로 자신을 마치 누에고치처럼 꽁꽁 묶어 두고 있었다.

    이미 지나간 과거에 대하여 얽매여 있는 것이다. 정말 결혼하기 싫고 아이를 가지기 싫으면 그 연결고리를 탁 끊고 나오면 된다. 그리고 혼자 살면 된다.

     

    그런데 남편이 벌어주는 돈으로 생활을 하면서 ‘아이는 갖기 싫다.’고 하는 것은 남편과 시댁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자기 기분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생각일 뿐이다. 결혼을 하고 살면 권리도 있지만 의무도 있다. 위 불자는 자신의 권리만 찾고 자기 기분만을 찾는 것이 옳고 현명하다는 생각에 빠져있다.

    위 여성 불자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 이렇게 말하였다.

     

    ◇ “불자님 이 세상에서 철이 든다는 것은 내 생각과 남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불자님은 항상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신은 자유롭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자유롭고 싶으면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면 됩니다. 만일 결혼해서 살고 남편 돈으로 살아가려면 남편의 생각도 이해하고 알아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남편 돈으로 살면서 자신의 생각만 하고 자유롭게 되기만을 바란다면 그것은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죄를 짓는 것입니다.”

     

    “불자님 우울증이 왜 왔습니까?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데서 왔습니다.

    자신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병입니다. 자신이 뭐 그렇게 잘났습니까? 불자님은 그냥 한포기의 풀, 한 조각의 구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 곧 없어지고 말 무상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불자님은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다른 사람은 결혼하여 아이 놓고 잘삽니다. 그리고 그것에 만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자님은 자유롭게 살기를 바랍니다. 남편의 돈으로 살아가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이미 한 남편의 아내요, 아이들의 어머니임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님 그러면 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합니까? 저도 일하고 싶어요. 스스로 돈도 벌어서 남편에게도 보란 듯이 돈을 주고도 싶어요. 그런데 제가 하는 일은 돈도 안 되는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 “불자님 어리석은 사람은 지혜로운 마음을 내지 못합니다.

    무엇이 어리석은가?

     

    자신의 욕심에 눈이 어두우면서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 고집을 부리는 것을 어리석다고 하는 것입니다. 돈을 벌려면 돈이 되는 일을 해야 하는데 스스로 돈이 안 되는 그림 그리고 있다고 하면서 한편으로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이중적인 마음이 바로 어리석은 마음입니다.

    결혼생활도하고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 지나친 것입니다. 결혼을 하면 당연히 아내로서, 아이들의 어머니로서 의무가 있지 않습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컴퓨터 그래픽이라 했는데 그것이 돈이 안 된다고 하면서 동시에 스스로 돈을 벌기를 바란다면 이 또한 모순이요, 욕심인 것입니다.”

     

    “서로 상반된 일을 하려면 한 쪽을 포기해야 합니다. 자유롭게 자신의 일을 하고 싶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할 때에는 자신의 욕망을 조금 내려놓아야 합니다. 자신의 욕망을 다 충족해야 한다는 생각이 바로 어리석은 망상인 것입니다.

    자신의 일도하고 집안도 살리는 길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일을 그냥 취미로 한다고 생각하시고 나머지는 가족에 봉사하세요. 남편의 일을 돕는데 힘을 쓰고 아이들의 뒷바라지에 힘쓰며 틈나는 대로 기도하세요.”

     

    이렇게 열심히 성심을 다해 상담을 했다. 그러자 그 불자님의 굳었던 얼굴이 조금 펴지면서

     

    “스님 저 매일 108배하고 있습니다. 저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닙니다. 아이 잘 키우고 있습니다. 오늘 스님의 호된 가르침 잘 새기겠습니다. 그런데 108배하면서 아무런 생각이나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도 되나요?”

     

    “지금은 기도할 때 무엇을 바라는 마음으로 하지 마세요. 오직 나의 어리석은 마음을 참회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저 부처님 잘못했습니다. 어리석은 마음을 가진 죄 참회합니다. 어리석은 행동을 한 점 참회합니다. 나로 인해 상처받은 남편에게 참회합니다. 아이들에게 참회합니다. 시어머님께 참회합니다. 그 미국인 남자에게도 참회합니다. 부모님에게도 참회합니다.’이렇게 108배하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참회하시기 바랍니다.”

     

    “스님 잘 알겠습니다. 이제 저 생각을 내려놓고 먼저 가족을 위해서 일하겠습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저를 위한 일도하고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도 하겠습니다. 그리고 참 기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러면 진정한 저 모습을 알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불자님 기도시나 또는 생활하면서 매시 자신의 생각을 지켜보세요. 그 생각의 근저에 어떠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그것을 깊이 궁구하다 보면 어느 때 자신의 참 모습이 확인이 나타날 것입니다.”

     

    이렇게 상담을 마치고 그 불자님은 부처님께 공손히 절을 하고 기쁜 마음으로 어둠을 뚫고 마을로 내려갔다.

    그래서 스님은 손전등으로 내려가는 불자님을 한 동안 비추고 있었다.

    잠시 후 자동차 소리가 나며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어두운 마을 골목길을 비추며 미끄러지듯 사라져 갔다.

     

    ◇ 부처님,

    저 고통 받는 불자님이 부처님의 자비광명을 받아 환한 미소를 가지고 행복하게 잘 살아가기를 기원합니다.

    그리하여 자신과 가족과 이웃을 다 살리는 행복한 불자님이 되시기를

    축원하나이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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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도 정토사에서

     

    정인(남광) 합장

    (불기2554년 음력 10월 29일)

    -2010년 12월 4일


    ♪~물에 비친 달처럼

     

    출처 : 개운선원
    글쓴이 : 正印 (남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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