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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파스와 도화지~행복의 문 - 법문, 좋은글/♣--남광 엣세이 2008. 2. 9. 08:42
◇ 크레파스와 도화지
어린 시절 난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도화지도 크레파스도 없었다.
그래도 누나들이 쓰다 남은 크레용(초처럼 생긴 색칠용)과
노우트 빈칸과 심지어 책 여백에 그림을 그렸다.
초등학교 3년 때였다. 담임선생님이 미혼인 여자 선생님이셨는데, 하루는
방과 후 교실에 남아라고 했다. 나는 혹시 내가 잘못한 것이 있어 그런 줄
알고 불안해했다.
혼자 교실 안 책상에 앉아 있는데, 교실 문이 드르륵 열리며 선생님이 나타나셨다.
“너 그림 그리기 좋아하지?”, “네....” “ 선생님이 크레파스와 도화지 많이 줄 테니 매일 방과 후 교실이나 운동장에서 너 가 그리고 싶은 그림 실컷 그려 보아라”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24색 크레파스와 화판 그리고 도화지 100장을 주셨다.
나는 너무 기쁘고 고마웠다. 사실 그 당시 크레파스나, 도화지는 반에 가장 잘사는 친구 한 두 명 외에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선생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그날부터 당장 신나게 그림을 그렸다. 나무도 집도 그리고 사람도 그리고 과일도 그리고 또 상상화도 그렸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나니, 위 누나들이 도화지를 또 사주었다. 신났다.
그런데 어느 날 선생님이 “몇 일 후 화랑초등학교(부산 토성동 소재)에서 사생대회가 있는데 너 우리학교 대표로 가게 되었으니 잘 해봐~” 하셨다.
사생 대회 날 바다를 주재로 상상력을 동원한 그림그리기였다. 나도 재미나게 열심히 그렸다. 그런데 결과는 장려상에 그쳤다. 그래도 나는 신이 났고, 선생님도 만족하셨다.
대회를 마치고 용두산 공원을 처음 구경했다. 그리고 미화당백화점 부근에 있는 중국음식점에 갔는데 선생님께서 짜장면을 사 주셨다. 처음 먹어보는 것인데 참 맛이 좋았다.
그 때 그 선생님의 고마움을 평생 잊지 못하고 가슴속에 간직하며 “언젠가 나도 저 선생님처럼 남을 위한 좋은 일을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였다.
“유 명자 선생님~ 감사합니다... 따뜻한 어머니 품 같고, 자상하신 가르침 문득 문득 관세음보살님을 떠올린답니다. 선생님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셔요.”
◇ 유년시절의 경험은 그 사람의 인생관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나의 어린시설은 위와 같은 감동적인 경험도 있었지만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 참으로 많았다.
장성한 큰 형들의 잇단 죽음~
그로인한 어머님의 실의~
아버님의 방황~
그 외에도 잇단 불행한 일들
◇ 그런데 그것을 딛고 일어난 힘이
바로 그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 마음이었다.
그리고 실의에서 벗어나 어린 자식을 더 잘 키우겠다고
손마디가 다 닳토록 헌신적으로 노력하신 어머님~ 어머님이셨다.
◇ 오늘 아침 예불을 마치고 법당 돌계단을
내려오며
관세음보살님을 불렀는데~
어머님 얼굴과 그 선생님 얼굴이 떠올랐다.
“ 감사합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어머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개운 선원회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관세음보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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