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구정(九鼎)선사의 인욕수행(527)
구정(九鼎)선사의 인욕수행(527)
#
지난 주 한 불자님이 해인선원 법사님에게 상담을 해왔습니다.
딸이 어렵게 직장에 들어갔는데 직장상사가 딸을 매우 힘들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딸이 직장을 그만 두겠다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금년 봄에도 그런 일이 있어 직장을 그만 두고 쉬다가 다시 어렵게
직장에 들어갔는데 또 그만 둔다고 하니 큰 낭패입니다.
그래서 해인선원의 법선법사가 말했습니다.
"보살님~ 보살님은 따님의 말만 듣고 이런 걱정을 하시지요?"
"네, 그렇습니다."
" 따님에게 직장 상사님의 입장도 잘 생각해 보라고 해보세요."
그래서 그 불자님은 딸에게 말했습니다.
"얘야, 직장 상사 입장에서 보면 너가 일을 잘 못할 때 너에게 야단 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니?"
"그래 맞아, 엄마. 그래도 나 그만 둔다고 하고 왔는데, 어떻게 또 출근해?"
"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나가 보아라. 별일 없을거야."
이렇게 타일러서 딸을 출근 시켰습니다.
딸이 출근하고 얼마 후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내가 커피를 사서 과장님 책상 위에 올려 놓았더니 과장님이 나를 보고 말없이 웃으며 어깨를 툭툭 쳐주었어. 나 오늘 잘 지낼 것 같애."
그렇게 불자님의 딸은 직장에 다시 다니게 되었습니다.
#
신라 시대, 인욕을 잘 한 스님이 있었습니다.
비단 장사를 하는 한 청년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근근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이 청년이 대관령 고개를 걷고 있는데,
누더기를 걸친 한 노승이 고개마루에서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스님은 그 자리에 꼿꼿이 서서 전혀 미동도 없었습니다.
기이한 모습에 이 청년이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스님, 아까부터 무얼 하고 계십니까?”
“잠시 중생들에게 공양을 올리고 있네.”
“아니, 가만히 서 계시면서 무슨 공양을 올린다는 겁니까?”
“내 옷 속에 있는 이와 벼룩에게 피를 먹이고 있네.
내가 움직이면 이나 벼룩이 피를 빨아 먹는데, 불편하지 않겠나.”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졌고, 스님은 길을 떠났습니다.
스님이 한동안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그 청년이 스님을 계속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청년을 의식하지 않고, 계속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노승은 드디어 오대산 동관음암에 도착했습니다.
이 관음암은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 암자 중의 하나입니다.
사찰에 도착한 노승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왜 자꾸 나를 쫓아오는가?”
“저는 비단을 팔아서 홀어머니를 봉양하는 장사꾼입니다.
오늘 스님께서 미물에게 자비 행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승려가 되고 싶어서 스님을 쫓아왔습니다.
부디 저를 제자로 받아 주십시오.”
“승려가 되고 싶다는 거지. 그럼, 내가 시키는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겠는가?”
“네, 제가 스님을 의지해 출가하는데, 스님의 말씀대로 따르겠습니다.”
이튿날, 스님이 청년을 불러 말했다.
“저 큰 가마솥을 옮겨서 새로 걸도록 해라.”
청년은 하루 종일 흙을 파다가 짚을 섞어 이기고 솥을 새로 걸었습니다.
일을 다 마치자, 스님께서 솥을 보고 말했습니다.
“걸긴 걸었는데, 이 아궁이는 솥이 너무 크구나.
저쪽 아궁이로 옮겨 다시 걸도록 하여라.”
다음 날, 청년은 옆 아궁이에 솥을 옮겨 걸었습니다.
그런데 걸어 놓고 나면, 스님께서 맘에 들지 않는다고 다시 다른 곳으로 옮겨 걸라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하기를 무려 아홉 번이나 하였습니다.
청년이 아홉 번을 묵묵히 실천하자, 스님이 제자를 불러 말했습니다.
“음 장하군. 자네가 얼마나 잘 참는가를 시험하고자 한 것이네.
이렇게 참는 인욕이 있어야 수도를 할 수 있네.
자네가 아홉 번이나 솥을 고쳐 걸었으니 법명을 ‘구정九鼎’이라고 하자.”
이후 이 청년은 열심히 수행하여 높은 경지에 올랐고,
훗날 구정선사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
이런 구정선사처럼 처음 출가한 사람들의 인욕행이 많이 있습니다.
그만큼 출가 수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스승들은 제자가 얼마나
잘 참을 수 있는가를 시험하게 됩니다.
불교의 수행 덕목 중에는 인욕행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참는다는 것이 스님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위 사례와 같이 직장생활하는 사람이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잘 참아야, 일터에서 일도 잘하고 ,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 가정에서는 부부도 잘 참아야 가족이 화목할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바세계를
‘감인(堪忍) 세계’라고 하였습니다.
참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계라는 뜻입니다.
참고 견디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삶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참는 것이 인생의 최종 승리자임을 기억하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자비불교정토회
정인(正印) 합장
2016년 12월 24
아미타불 천일기도 527
다음카페 개운선원
http://cafe.daum.net/buddha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