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문 - 법문, 좋은글/♣--남광 엣세이

칠석날 만난 어머님 아버님의 재회

개운당 남광 2012. 8. 26. 18:05

 

“칠석날 만난 어머님 아버님의 재회”

- 부모님의 은혜 -

 

 

 

 

불자님들

가을장마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부모님의 은덕과 효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부처님께서 대중들과 함께 남방으로 가시다가 한 무더기의 마른 뼈를 보시고 오체투지로 마른 뼈에 예를 올렸습니다. 이를 본 아난존자와 대중들은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여래께서는 삼계의 큰 스승이시며, 사생의 자비로운 아버지이시며, 여러 사람들이 귀의해 존경하옵는데 어찌하여 마른 뼈에 예를 올리나이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난아, 이 한 무더기의 뼈가 아득한 먼 옛날 우리들 전생의 오랜 조상이나 부모의 뼈일 수도 있기에 이렇게 예를 올리고 있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아난에게 이르셨다.

"네가 이제 한 무더기의 마른 뼈를 둘로 나누어 보아라. 만일 남자의 뼈라면 희고 무거울 것이며, 여자의 뼈라면 검고 가벼울 것이니라."

 

아난은 의문이 풀리지 않아 부처님께 다시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남자는 이 세상에 살아있을 때 큰 옷을 입고 띠를 두르고 신을 신고, 사모로 장식하고 다니기에 남자의 몸인 줄 압니다. 또한 여자는 세상에 살아있을 때 연지와 곤지를 곱게 찍고 난초와 사향으로 치장하고 다니기에 여인의 몸인 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죽은 후의 백골은 모두 같사온데 저로 하여금 어떻게 구별해보라고 하시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남자라면 세상에 있을 때에 절에 가서 설법도 듣고 경도 외우며, 삼보에 예배하고 부처님의 이름도 생각했을 것이다. 그 뼈는 희고 또한 무거울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여자라면 세상에 있을 때 음욕이나 뜻을 두고, 아들딸을 낳고 키움에 있어, 한번 아이를 낳을 때 마다 서 말 서 되나 되는 엉킨 피를 흘리며 자식에게 여덟 섬 너 말이나 되는 흰 젖을 먹여야한다. 그런 까닭으로 뼈가 검고 가벼우니라."

 

 

아난이 이 말씀을 듣고 어머님 생각에 마음이 마치 칼로 베이는 것처럼 아팠다.

그래서 슬프게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께 여쭙기를,

"부처님이시여, 어머니의 은덕을 어떻게 갚아야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부모의 은혜를 다 갚기가 다음과 같이 매우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 어떤 사람이 왼쪽어깨에 아버지를 모시고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모시고, 피부가 닳아져 뼈에 이르고 뼈가 닳아져 골수에 미치도록 수미산을 백 천 번 돌더라도 오히려 부모님의 은혜는 갚을 수 가 없느니라.” (불설대부모 은중경)

 

 

지난 칠월칠석날 효심이 깊은 한 불자님의 어머님에 대한 49재를 지심으로 봉행했습니다. 그 집안은 형제가 삼남 사녀입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자 장례 방식을 두고 가족이 크게 대립이 되었습니다. 어머님은 생전에 불교를 믿었습니다. 그런데 망인의 큰 딸과 막내아들은 기독교를 믿고, 또 둘째 딸은 대종교를 믿고 막내딸만 불교를 믿고 있었습니다. 나머지 형제들은 무종교입니다. 래서 망인에게 상중에도 염불소리를 들려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막내딸인 불자님은 어머님께 마지막 효도를 하기 위해 이렇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49재를 모시게 된 것입니다. 다행히 불자님의 둘째 언니가 부산에서 서울(해인선원)까지 7번이나 재에 꼭 참석하였습니다. 막내딸인 불자님은 매번 재를 지낼때 마다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식들이 어떻게 부모의 은혜를 그렇게 몰라줄까? 특히 장남과 차남은 재를 6번 이나 지낼 때까지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두 딸만 매번 재에 참석하여 지극정성으로 기도하였으며, 절에 오지 않는 날은 매일 집에서도 어머님의 왕생 극락을 위해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49재에는 망인의 장남인 큰 오빠가 재에 참석을 하였습니다.

 

 

이날 49재를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난 후 유가족에게 효에 대한 법문을 들려주었습니다. 부모은중경을 들려주며, 부모님의 은혜가 하늘보다 높고 크심을 되새겨 지난 잘 못을 크게 뉘우치고, 이제부터는 가족들이 화목하게 잘 지내도록 당부하였습니다.

 

특히 부처님께서 ‘전생을 보고 싶거든 현재 자신의 모습과 행동을 살펴보면 알 수 있고, 미래 생을 알고 싶거든 역시 현재 자신의 모습과 행동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라고 하셨음을 강조하고, 이제부터라도 하루하루를 착하게 잘 살아 가야 함을 일깨워주었습니다.

 

 

◇ 서울 신정동 해인선원에서 49재를 마치고, 부모님 분골을 뿌려주기 위해 차를 타고 강화도에 있는 정토사로 가는 도중 망인의 장남부부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망인의 장남은 신발 바이어로 오랫동안 일을 해왔는데 몇 년 전부터 일을 그만두고 난 뒤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는데, 결국 술에 중독이 되어 자다가도 일어나 술을 사러가서 술을 마셨다 합니다. 그래서 온전히 몸도 마음도 망가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0일전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스님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아무리 술에 중독이 되었지만 어머님 49재 막재에는 꼭 참석해야 되지 않겠나?

그렇게 하려면 지금 당장 술을 마시지 않아야지.” 이어서 “스님, 이렇게 생각하고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하는데 5일간은 정말 몸이 떨리고 머리가 아프고 오한이 나고 죽는 줄 알았습니다. 6일째부터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괜찮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왜 장남이 그동안 참석을 하지 않았으며, 마지막 재에 참석하게 된 동기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술 중독자가 10일이나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은 거의 기적 같은 일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망인이신 어머님의 간절한 아들 사랑이 있었으며, 아울러 막내딸인

여동생과 둘째딸인 누님의 지극한 기도의 공덕이 작용하였던 것입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습니다.

 

 

◇ 이날 칠석날은 견우직녀가 만나는 날입니다.

  마침 망인의 남편 분골을 광주 납골당에서 가져와 어머님의 분골과 함께 정토사 뒷산에 뿌렸습니다. 망인의 자녀들이 정성스럽게 뿌려주고 스님은 요령을 흔들며 나무아미타불을 외웁니다. 나무서방정토 극락세계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

  두 분이 마치 견우직녀같이 만나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모처럼 따뜻한 가족애를 나누며 정토사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정토사에 모셔진 어머님과 아버님의 원불인 지장보살님 앞에서 절하며 하직인사를 했습니다.

 

 

◇ 모처럼 만난 망인의 가족들은 저녁공양을 하러 식당에 갔습니다.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공양을 드는 모습 참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망인의 장남이 스님에게 가까이 와서

“스님, 어머님 49재를 이렇게 잘 모시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이제 저 술을 끊겠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이 말을 들은 가족들은 모두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어머님께 감사하고 부처님께 또 감사하였습니다.

 

 

◇ 강화에서 저 멀리 서울과 부산으로 떠나는 가족에게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온 가족 부디 행복하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을 태운 차는 헤드라이트를 켜고 어둠속으로 나아갔습니다.

 

 

 

◇ 정토사에 올라가는데

    부슬부슬 비가 내립니다.

 

    칠월칠석 견우직녀와 같이

    두 분의 망자가 재회하여 기뻐하는 모습을 그리며

   “서방정토 극락세계,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마타불”을 외우며

    비오는 칠흑밤 좁은 길을 따라 오르는데

    길에서 기다리던 야옹이가 나타나

    자꾸 스님 무릎 앞뒤로 비벼댑니다.

 

  “흐흐 그놈, 참.....”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감사합니다.

 

   정토사(개운선원)

 

   정인(正印) 합장

  (2012년 8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