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독실한 개신교 할머니 “스님 상추 뜯어가세요~”
독실한 개신교 할머니 “스님 상추 뜯어가세요~”
“함께 사는 즐거운 세상을 위해 !”
◇ 교회장로님 스님 주차 못하게 길 한가운데 호박을 심었네!
정토사 절 아래 마을에 집이 여러 채가 있습니다.
그 중 절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는 교회 장로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웃에도 주로 개신교 신자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토사 까지는 차는커녕 손수레도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길이 협소합니다.
본래 이절은 관청사(官廳寺)라 하여 비구니 스님이 살던 곳인데
주차문제로 아랫집 교회 장로 가족들과 다툼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곳에 인연이 되어 스님이 오게 되었습니다.
아랫집 앞에는 제법 큰 공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본래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길가에 주차를 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정토사로 온 이후로 그 교회장로 가족들이 번갈아 가며 주차를
못하게 하였습니다. 이유는 자기들이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다른데 주차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 계속 주차를 하였습니다.
하루는 시장 다녀와 보니 길 한가운데 호박과 옥수수 모종을 심어 둔 것이 보였습니다.
“아~ 이들이 얼마나 불편했으면 스님차를 주차하지 못하게 하려고 길한 가운데
호박과 옥수수 모종을 심어 두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들의 집 앞에 자신들이 생각하는 마귀의 제자(?)가 차를 주차하고 있으니 심기가 이만저만 불편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의 미칠 지경에 이르지 않고서야 길 한가운데 호박과 옥수수를 심었겠습니까? 이렇게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서는 더 이상 그곳에 주차를 할 수 없었습니다.
◇ 독실한 개신교 할머니 “스님 상추 뜯어가세요~”
그런데 그 바로 옆집에 앞마당이 하나 있습니다. 혼자 사는 할머니인데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습니다. 할머니에게 주차를 할 수 있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그 할머니는 마지못해 승낙을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안가서 짜증을 냅니다.
“스님은 왜 우리 집 자꾸 앞에 주차를 하려고해요” 이렇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었습니다.
그래서 이젠 다른 골목 공터나 강화군 교직원 사택 등에 전전하며 주차를 합니다.
“음~~이 차가 문제로구나! 그런데 차가 없으면 이동하는 데 불편하기 짝이 없으니. 쯧쯧..”
이렇게 약 1년을 주차전쟁을 톡톡히 치루었습니다.
◇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 집에 세 들어 사는 여성 불자님이 절에 왔습니다. 스님이 주차문제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조언을 합니다. “ ‘스님, 우리 주인집 할머니를 다시 찾아가 주차를 하는 대가로 한 달에 얼마씩 드리겠다.’고 해보라.“는 조언에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으로 가서 이야기를 드렸더니 귀찮은 표정으로 “스님 뭐 내가 돈을 달라고 했나요. 내가 다니는 데 불편하지 않게끔 주차하세요.” 이렇게 또 주차할 수 있도록 승낙한 것입니다. 그 이후에도 할머니는 사사건건 주차할 때 마다 짜증을 내었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이곳저곳에 불안한 주차를 하였습니다.
◇ 그 후 초하루 보름날이나 지장재일에 부처님 공양을 올린 떡과 과일을 할머니에게 갖다드렸습니다. 처음에는 “스님~ 나는 소화를 못시켜서 그런 것 잘 먹지 못하니 가져오지 마세요.”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계속 갖다드리며 “할머니 이웃 사람들과 나누어 드세요.”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또 몇 달이 흘렀습니다.
◇ 그런데 며칠 전 할머니가 “스님 절에 상추 있어요? 상추 좀 뜯어가세요.”라는 말을 하신 것이다. “네~~감사합니다. 할머니 근데 이번에 봄배추를 심었지요? 그것 좀 파세요.” 그렇게 말하며 사이가 좋게 된 것입니다. 그 후 배추 10포기를 사러갔는데 크고 좋은 배추 10포기와 ‘무우’도 20개 정도를 주시는데 고마워서 5만원을 드리니 손을 저어면서 “뭐 이런 것 필요 없어요. 그냥 가져가세요.”하신다. 그래도 계속 돈을 드리니 만원 1장을 호주머니에 감추듯 넣으시면서 나머지는 돌려주셨습니다.
그 후 스님은 편안하게 할머니 집 앞에 주차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지난 일요일 할머니가 외출옷을 입어시고 구부정한 허리로 걸어 나오시는 것을 보고
“할머니 어디 가세요. 스님은 지금 시내 시장 보러 갑니다.”라고 하니 “교회 가요..”
“네~~할머니 교회까지 차 태워 드릴께요. 타세요.”하니 빙긋이 웃으십니다.
이렇게 이제 할머니와 진정한 이웃이 되었습니다.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서로 돕고 의지하며 오순도순 잘 살아가는 이웃이 되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동안 그 할머니를 만날 때 마다 스님이 먼저 인사를 하였고,
할머니는 늘 찡그린 얼굴이었지만 스님은 항상 웃으며 인사한 것이 떠올랐습니다.
◇ 그와 똑같이 한결 같이 아랫집 장로가족을 만나도 스님은 웃으며 먼저 인사를 합니다.
비록 주차를 못하게 하려고 길 한가운데 호박과 옥수수를 심고 있지만...
오늘도 밭에서 일하고 있는 교회장로 아저씨에게
“안녕하세요. 수고 많으십니다.”하며
경쾌한 걸음으로 나비(정토사 고양이)을 앞세우고 걸어갑니다.
오순도순 잘사는 이웃을 위해.....
감사합니다.
정토사(개운선원)
정인 합장
(2011년 6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