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문 - 법문, 좋은글/♣--남광 엣세이

망자(亡者)의 한(恨)과 사랑 이야기 ~

개운당 남광 2008. 11. 10. 19:56

 

<< 차식(借識)과 부성애(父性愛) >>


◇ 오늘 오전 종무소에 앉아 있는데,

   “ 남광스님 ~ 누가 스님을 찾습니다.”라고 종무소직원이 이야기했다.

   미색 코트를 입은 젊은 여자가 찾아왔다.

   “ 네~ 보살님 어떻게 오셨나요?”

   “ 스님~ 지난달 서울의료원에서 발인한 고인 박 OO님의 처 되는 사람입니다.”

   “ 네~ 그렇군요. 고인의 사십구재가 다되어가는데 참배 오셨군요.”

   “ 아드님과 함께 부처님과 영가 참배를 하셔야지요.”

   “ 스님, 우리 아이는 겨우 6살입니다. 그냥 절에 구경 간다고 데려왔습니다. 아직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몰라요. 그 아이가 클 때까지 아빠의 돌아가신 일 알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가 참배하고 아이는 이모와 함께 바깥에 그냥 있게 해 주세요.”

     참으로 간절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그렇게 하시라고 하였다.


◇ 위 고인 박씨는 부인의 외도에 분노하여 부인을 구타했는데, 부인은 경찰에 폭행상해죄로 고소했다. 이것이 원인이 되어 구속에서 풀려나려고 합의를 위해서 이혼까지 당하고 또 위자료 및 아이 영육비로 월 수 백만 원을 부담하게 되었다. 그렇게 6개월 정도 헤어져 있던 중 고인 박씨는 직장동료의 집들이에 갔다가 단란하게 사는 것을 보고 부인과 아이가 그리워 <모든 것을 용서해 줄 터이니, 다시 재결합하자>고 부인에게 이야기 했다. 그러나 이미 부인은 마음이 변한 상태라 그 제의를 단호하게 거절하자  분격하여 술을 만취되도록 마시고 자신의 집 욕실에서 넥타이로 스스로 목을 매고 자결하고 말았다.


◇ 그런데 위 고인의 부인은 발인 때도 나오지 않았다. 물론 어린 상주는 더욱 말할 것도 없이 아버지의 죽음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위 고인의 어머님과 친척이 되신 우리카페 회원 참사랑님의 연락을 받고 고인의 염습과 입관 때 가서 극락왕생 발원 염불을 해 주게 되었다.


◇ 삼우재 때 고인의 어머님의 애끓는 울음소리와 불쌍한 고혼의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하는  인 친척들로 법당 안은 온통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그러나 정작 고인이 애타게 기다리던 부인과 한 점의 혈육인 아들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삼우재를 마치고 <왜 부인과 아들은 보이지 않느냐?>라는 스님의 질문에

 “그년이 무슨 낯짝으로 여기를 온답니까? 아이라도 보내라 하니 보내지도 않고. 독한 년!”하면서 고인의 어머니가 원망 가득한 말을 내뱉었다.


   아~ 저 고혼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 사람은

   고인의 부인과 아들인데

   한사코 오지 않는다하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 영가천도가 잘 되게 해야 하는

   스님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한 가지 방편을 생각해 내었다.


   ● 고인의 처가댁 사람 중에서 손아래 동서를 불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스님이 이야기하는 것을 잘 들어 보세요. 이 영가는 지금 스스로 가슴속에

    큰 한을 품고 있습니다. 만일 이 한을 풀어주지 못하면 영가 천도가 잘 안되어

    영가가 구천을 떠돌게 되어 영가장애가 많이 일어나 그 부인이나 아이에게 불행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어요.  그래서 다음 사십구재 날은 무슨 일이 있어도 부인과

    아들이 참석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보다 확실하게 하시려면 사십구재 전에 부인과

    아들을 오봉정사에 오게 하여 부처님을 참배하고 특히 부인은 부처님과 고인에게

    참회를 하여야 합니다.>이렇게 간곡히 부탁했던 것이다. 

   

◇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 3주가 지난 오늘 그 부인이 아이를 데리고 오봉정사에

   온 것이다.


   고인의 부인에게 삼보(부처님) 전에 참배시키고

    “ 보살님~ 무조건 부처님 전에 잘못했다고 참회하세요.”라고 하였다.

   그 부인은 지극한 자세로 천천히 절을 하였다.


      그리고 영가 단에 영정 모셔져 있는 영가 앞에서 또 참회를 시켰다.

      부인은 영가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없이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두 눈에는 회환의 눈물이 주루루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납골 봉안한 곳으로 안내해 주고 영가와 서로 대화를 많아 나누라고 하고

      밖으로 나왔다.


◇    가을 하늘은 더없이 맑고 깨끗했다.

      그 아래 떡갈나무와 활엽수가 가을바람에 흔들리자

      낙엽들을 꽃가루처럼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우수수 소리를 내며

      땅에 쌓이기 시작했다.


◇   고인의 아들은 부인의 요청에 의하여

     아버지 영정을 보지 못했다.

     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면

     그 때 아버지의 죽음을 알리겠노라고 했다.

     그래서 부인이 부처님과 영가를 참배하는 동안

     여섯 살짜리 아들은 천진난만하게

     낙엽 속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   그 아들을 보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가슴이 메였다.    

     아이에게 “ 이리 오너라! 스님이다. 꼭 안아줄게.”하면서 두 팔을 벌리자

     아이가 스님 팔에 와락 안기는 것이 아닌가.

     스님은 한동안 말없이 아이를 꼬옥 가슴에 안았다.

     가슴속으로부터 한없는 사랑의 감정이 일어났다.

     그리고 아이에게  “애야 무럭무럭 잘 자라거라.”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다시 아이를 가슴에 꼬옥 안고 좌우로 흔들었다.

     아~ 이 한없는 사랑의 감정

     그것은 부성애(父性愛)와 같은 것이 아닌가! 


◇   그렇다!

     이 불쌍한 고혼, 외로운 고혼이

     오늘에서야

     부인을 보게 되고

     부인의 참회의 눈물을 보게 되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 사랑하는 아들을

     보게 되었으니

     갑자기 스님의 몸을 빌려

     아들을 안게 된 것이다.


     바로 차식(借識)을 한 것이다.

    

◇   OOO 영가시여!

     이제

     고해의 사바세계를 벗어나

     영원히 안락한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부디 왕생하소서.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   회원여러분~

     12월 5일 오후 2시는

     위 고인의 사십구재 날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함께 많이 빌어줍시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   끝으로

     이렇게 외롭고 불쌍한 영가를

     부처님의 품에 안기게

     인연지어주신

     

     <참사랑>님

      감사합니다. 

      부처님의 가피 있으시길

      기원 드립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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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차식(借識)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참고로 읽어보셔요.


<<사십구재의 의미>>


  사람이 죽은 뒤 다음 생을 받을 때까지 49일간의 기간으로 이 기간 중 망자는 비록 몸은 벗어났지만, 아직 중음 신 형태로 망자 가족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이 중음신은 아직 생전의 습이 남아 있어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자기 집이나 직장 가족 주변을 떠돌고 있습니다.


  이때 절에서 법사가 7일마다 경을 읽어 주고 망자로 하여금 육신을 벗어났음을 일깨워주고 또 무명 업장 번뇌를 다 벗어나도록 부처님의 가르침을 일러주는 것입니다.


  이 부처님의 가르침인 법문을 듣고 영가가 깨우쳐 윤회를 벗어나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태어나는 것입니다.


  (1) 마음의 구조


  사람의 마음은 8가지 식(識)으로 되어있습니다. 이를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마음이란 8가지 식의 총체적인 작용으로 의식이 전오식, 말나식, 아뢰야식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정보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 마음은 육신을 다스리는 말나식, 모든 선험적인 지식의 보고인 아뢰야식, 그리고 지휘자인 의식의 통합체요, 연출자입니다.


  1) 전 오식 : 눈, 귀, 코, 혀, 신체 등 5감각 기관으로 감각된 내용을 생각하는 것으로  안식(눈으로 보는 생각), 이식(듣는 생각), 비식(코로 냄새 맡고 생각)

설식(혀로 맛보고 생각), 신식 (몸으로 느끼고 생각)

   ● 전 오식은 육체 자체이다.


  2) 제 6식 : 전 오식을 기초로 하여 말나식과 아뢰야식과 유기적인 정보유지를 통해 의식을 만들어냅니다. 이 의식은 두뇌를 근으로 하며 이성적인 판단을 주로 담당합니다.

   이 의식은 능동적이고 선택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취사선택합니다.(=의식) 


  3) 제 7식(말나식) : 말나식은 인간의 세포 하나하나에 심어져있는 에고 의식입니다. (이기적인 생명체의 자아의식=무의식)


  4) 제 8식(아뢰야식): 아뢰야식은 육신에 근을 두고 있지 않는 선험적인 지식창고로  물질계가 아닌 정신계로 시공을 초월해 있으며, 영혼의 본질적인 성격입니다.  이 아뢰야식은 잠재의식이라고도 하는데 수동적이고 기계적입니다.

  즉 스스로 능동적으로 의식을 하지 못하고, 일종의 지식과 정보의 창고와 같습니다.


  ● 사람의 성격은 아뢰야식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것이 말나식에 기반을 둔 마음 작용으로 나타나는 것이 감정입니다. 분노, 슬픔, 기쁨, 우울 등의 감정, 느낌이다. 이것은 뇌세포의 작용이 아니라, 오히려 뇌세포의 활동을 조절하거나 제어하는 화학물질의 분비물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 인간의 생각과 감정에 근본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것은 그 사람의 성격이며,  이것은 아뢰야식(잠재의식)에 저장된 선험적인 것입니다.


 (2) 죽음과 의식의 소멸


  사람이 죽게 되면 사람의 마음의 구성요소인 8식 중 물질에 바탕을 두지 않은 아뢰야식을 제외한 7가지 식 즉 전 오식과 의식이 한꺼번에 소멸하지 않고 점차적으로 차례로 소멸합니다. 그래서 죽은 후 49일 안에 의식의 잔상이 남아 있는데, 불교에서는  이를 중음신이라 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첫7일에 안식(눈)의 잔상이 없어집니다. 그 다음 7일에는 이식(귀)이 그다음에는 비식(코)이 그 다음에는 설식(혀)이 5주째는 신식(몸)이 없어지고, 6주째는 의식(제6식)이 없어지고 마지막 7일째는 말나식(제7식= 에고)이 사라집니다. 


  그러면 비로소 아뢰야식만 남는다. 이렇게 육체에 뿌리를 둔  모든 식의 잔상이 없어지는 기간이 7식 × 7일 = 49일이 되는 것입니다.  

  이때 공포나 죄의식 또는 불안 또는 고통에 사로잡히는 것은 일곱 가지 식의 덩어리가 아뢰야식과 분리되지 못하고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것들이 구천을 떠도는 원귀가 되고 귀신이 됩니다.

  ● 49재를 지내는 이유는 영혼을 편안케 해서 그 잔상들을 깨끗하게 지우도록 도와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야 영혼들이 가장 평온하게 안정되며 깨끗한 아뢰야식의 바다에  한 송이 연꽃으로 떠 있게 되는 것이지요.


   7가지 식이 떠나버린 다음 홀로 남은 아뢰야식은 더 이상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고통 받는 존재가 아닙니다. 인연에 의해서 다시 생명이 되어 새로 7식이 더해질 때까지 그것은 고요한 침잠의 세계며 적막의 바다에 흐르는 파도며 기운일 뿐입니다.


◇ 유가족의 마음가짐


<< 차식(借識=빌릴 차/마음 식>>


 ● 망자는 육신이 없으므로 6가지 감각기관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 마음의 잔상이 의식주 및 가족 주변에 머물게 되는데 그 스스로 나타내는 방법이 바로 살아있는 사람의 감각기관을 빌려보는 것입니다. 주로 의사, 스님, 가족들의 감각기관을 잘 빌려봅니다.

 이를 차식(借識=빌릴 차/마음 식)이라 합니다. 즉 망자가 산사람의 감가기관을 빌려 느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가장 흔한 예가 바로 망자의 친인척이 꾸는 망자의 모습입니다.


  망자가 꿈속에서 목말라하고, 배고파하고, 추워하고, 또는 무엇을 원하기도 하고 주기도하는 꿈을 많이 꾸는 데 그 모습이 아주 뚜렷합니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 뚜렷합니다. 이 꿈은 망자가 친인척의 감각기관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주로 사후 49일 이내

뚜렷한 꿈을 많이 꿉니다. 만일 영가가 천도되지 않고 구천을 떠돌면 사후 수년간 꿈에 나타나고 심지어 낮에도 환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이생에 애한 애착으로 갈 곳을 모르고 있는 망자에게 너무 슬피 울고 하면 망자가 더욱 자신의 갈 곳을 못갑니다.


  반대로 경건한 마음도 없이 희희낙락하는 모습을 보면 망자는 생전의 습이 남아 화를 냅니다. 이때 잘못하면 유족들이 크게 상하거나 심하면 목숨까지 잃는 수가 있습니다. 참으로 유의해야 합니다. 

  줄초상이라 해서 상갓집에 갔다가 단체로 떼죽음을 당하는 경우가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유가족들은 오직 망자의 왕생극락을 지극정성으로 발원해야 합니다. 그래서 하루 중 특히 저녁에 잠자기 직전과 잠에서 깬 직후 <나무아미타불> 여섯 자를 외우거나 다음에 말씀드리는 <광명진언>을 지심으로 외우면 반드시 49일에 망자가 왕생극락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