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솔모의 몸과 의식을 빌린 영가님 >>
<< 청솔모의 몸과 의식을 빌린 영가님 >>
◇ 세상에는 희한한 일도 많다고 합니다.
어제 한 영가 분 49재(6.7재)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평소처럼 지장청(지장보살님께 불공)을 하고 영가를 위한 시식(영가에게 부처님의 법문을 들려주고,
공양물을 들게 하는 의식)을 하는 중 법당 앞에서 청솔모 한 마리가 왔다 갔다 하고 있었어요.
보통 때는 다람쥐 종류인 청솔모는 사람 곁에 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요령과 목탁을 치고 염불하면
계속 법당 앞을 신나게 팔짝 팔짝 뛰어 다녔습니다.
그리고 계속 염불을 하는데, 이번에는 그 녀석이 법당에 들어 왔어요.
그 참 신통한 일도 다 있다. 법당에는 고인의 큰 며느님과 집전을 도와주는 보살님 그리고 남광스님이 있었어요.
열심히 기도하는 중이라 그냥 그녀석이 하는 대로 보고 있었어요.
그러자 드디어 그녀석이 제상에 올라가더니 나물을 얌얌 먹고 바나나도 먹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허 참 정말 희한한 일이다. 저 녀석은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는가 보다.
재가 끝나고 집사를 맡으신 보살님이 “ 아이고 다람쥐가 나물도 먹고 바나나도 먹었네! 혹시 시어머님이
생전에 나물과 바나나를 즐겨 드셨나요?”하고 묻자, 그 며느님은
“네, 어머님이 채식을 좋아하셨고, 바나나도 참 좋아했어요.”이렇게 이야기 하자 , 집사 보살님이
“ 아~ 시어머님이 다람쥐가 되었는가 봐요?”라고 말했다.
◇ 그 말에 그 며느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없이 집사 보살을 쳐다보았다. 약간 실망한 듯한 표정 이었습니다.
“ 네~ 보살님, 사람이 차원이 낮은 동물로 몸을 바꾸는 것은 극히 힘든 일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바로 차식(借識)이라는 것입니다. 즉 차식(借識)이란 형체가 없는 영가가 다른 사람이나
동물의 몸을 빌려 잠시 의식이 들어간 상태입니다. 사람이 죽어서 몸이 없어져도 일정 기간 마음의 잔상인
의식이 있어요. 즉 안식(보는 것), 이식(듣는 것), 비식(냄새 맡는 것), 설식(맛 보는 것), 신식(접촉하는 것),
의식(머리로 생각하는 것)은 사후 약 49일간 있어요. 그래서 이 때 영가가 아직 탐진치가 남아 있기 때문에
배고프면 다른 사람의 몸과 의식을 잠시 빌려서 그 욕구를 채운답니다.
그래서 오늘 영가님이 오봉정사 주변에 사는 다람쥐 몸과 의식을 잠시 빌려 법당에 들어온 것입니다.” 이렇게
스님이 설명하였습니다.
◇ 그래서 영가는 평소 좋아하는 나물과 바나나를 다람쥐의 몸과 의식을 빌려(차식)서 원하는 것을 충족한 것입니다.
신 내린 사람들이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신이 내려진 상태에서는 자신의 의식은 일시 중지되고 차식(借識)한 영혼이
말하고 느끼고 행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정신적인 현상의 하나입니다.
알고 보면 신기할 것도 아니요, 또 미신도 아닙니다. 하나의 정신현상일 뿐입니다.
◇ 그러므로 이 사후 49일 기간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 기간 중 영가에게 좋은 법문을 들려주면 영가는 주로 법문하는
스님 또는 친족들 중 누구의 의식을 빌려 부처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그리고 크게 깨우쳐서 사바세계의 고통을 여의고
왕생극락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가가 부처님의 법문을 들을 수 있도록 지극한 정성을 다해 49재를 지내야합니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영가시여~ 부처님의 좋은 법문을 들으시고
고해의 세상을 벗어나 영원히 안락한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왕생하소서.